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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by 샹송

천장이 높은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괜스레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따듯한 선율이 울려 퍼지는 걸 듣고 있으니 음악 하나로도 졸업식을 다 본 기분이었습니다. 음악은 어딘가 깊숙이 묻어둔 감정을 툭 하고 건드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졸업생들은 의자에 앉아있었고 꽃다발을 손에 든 사람들은 뒤쪽으로 겹겹이 줄을 섰습니다. 가족들이 왔는지 보려고 뒤를 돌아보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서려있습니다. 고개를 쑥 빼고 두리번거리며 아이를 찾는 어른들은 반가우면서도 기특하다는 표정입니다. 이내 서로를 발견하고는 아침에도 봤지만 오랜만에 본 것처럼 손을 흔들며 반깁니다.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몇 가지 순서가 지나고 가장 의미 있는 졸업장 수여 시간이 왔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인 만큼 학생들에게 개별로 졸업장을 전달했습니다.


엄마, 나 드디어 졸업했어!

졸업장을 받은 한 남학생이 씩씩하게 큰소리로 외치자 웃음과 함께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몇몇 학생들도 '엄마아빠 감사합니다!' 라며 용기 있게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학교 생활이 담긴 영상이 나오자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합니다. 눈으로는 그것을 보면서도 저의 어린 시절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돼버렸습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재학생들의 1절이 끝나면 뒤이어 답가로 졸업생들이 2절을 부르고 마지막 3절은 다 함께 부르는 졸업식 노래입니다. 지금은 졸업식 노래도 다른 것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는 대신 한 학년 동생들이 멋진 춤으로 축하무대를 보였습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던 오래 전과는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저는 시골이라 학생이 많지 않아서 저학년 때부터 졸업식을 참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연습도 열심히 했고 친구들과 문구점에 가서 몇천 원짜리 작은 선물을 사기도 했습니다. 예쁜 종이가방에 넣어 친하지 않았더라도 유독 좋아했던 언니에게 수줍게 선물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제 졸업식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언니오빠들의 졸업식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더 특별했던 것인지.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의 특별한 순간을 축하했던 그 마음이 더 기억을 사로잡았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인 조카는 어딘지 시큰둥한 게, 졸업이 실감 나지 않는 것인지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크고 나서야 추억을 하게 될까요. 저도 어쩌면 당시에는 조카와 비슷한 마음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카의 졸업식은 제게도 다른 가족들의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게 될 겁니다.




지난주에 첫째 조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가니 옛날생각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엄마 아빠 동생과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인 저까지. 마도 저희 조카가 가장 많은 축하인원이 참석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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