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추울 정도의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맘때 심어 잘 자라나던 농작물들이 추위에 잘 자라나지 못하고 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찾아온 여름 같은 날씨. 이제는 날씨에 대해 아무런 장담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 산책에 나섰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려져 부는 바람이 그대로 시원하게 몸을 식혀줬습니다. 산길로 들어서자 한층 더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에 개망초 잎이 손을 흔들어 보이는 모양새로 절 맞이해 줬습니다.
산길에는 곧고 길게 뻗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나무들이 무리 지어 있습니다. 저는 유독 이 나무를 좋아해서 사진도 참 많이 찍었답니다. 나무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꽃에 비해 나무나 새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수십 번 이 나무를 지나쳤는데 저는 이번 해에 처음 나무에 핀 꽃을 발견했습니다. 노랗게 겹겹이 쌓인 모양은 분명 꽃이었습니다. 꽃검색으로 알아본 이 나무는 바로 튤립나무였습니다.
이렇게 이름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보는 모든 꽃과 나무와 새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합니다. 유명 시인의 시처럼 제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진짜 나무가 되고 꽃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 참으로 궁금했던 새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새의 특징은 굉장히 빠른 걸음입니다. 나는 것보다 걷는 것을 더 많이 봤을 정도인데요. 보고 있으면 절로 다다다다 거리는 효과음이 들릴 정도로 발이 보이지 않게 걷습니다. 그 모습이 재밌어 늘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궁금함에 걸음이 빠른 새라고 검색을 하니 다행히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새의 이름은 알락할미새였습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길을 걷다 꽃잎이나 풀잎에 있는 작은 곤충들을 자주 발견합니다. 무당벌레와 이름 모를 여러 곤충들이 많이 있더랍니다.
참 신기하죠. 자연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신기할 정도로 매해마다 새로움을 제게 알려줍니다. 이번 봄에도 문득 소나무 이파리가 햇살에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는 한참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수없이 봐왔던 풍경인데 그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농담처럼 느껴져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찔레꽃 향기가 진동을 하는 날들입니다. 들과 산 어디든 눈을 돌리면 찔레꽃의 단향기가 향긋하게 다가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로 제 삶은 자주 생일입니다. 저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맞아요, 꼭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