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게 배운다.

by 샹송

무더위 속에 무기력함과 어떤 불안감섞여 있는 계절이네요. 내가 떠나도 그것들은 그 자리에 남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달팽이의 집처럼.

그러고 보니 비를 맞던 달팽이들은 없고 길 위에 덩그러니 빈껍데기가 된 집만 남아 주인을 기다리나 봐요. 폐허처럼 낡아가고 있습니다.



며칠 폭우가 내렸습니다.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더니 비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내리면서 고여 넘쳐흘렀습니다. 비가 이제 물이 되어 흐릅니다. 비로 내릴 땐 무섭더니 나뭇가지와 가지가 맞닿아 아치를 이룬 사이로 반짝면서 또 시원한 그늘 아래를 평화롭게도 흘렀습니다.


다시 해가 쨍쨍해지자 매미가 울었고 미지근한 바람에 더불어 시원한 바람도 불어왔습니다.


여름의 날씨는 보고 있으면, 여름이 논다. 신나게 놀아.


여름이 싫은 점도 있지만 좋습니다. 좋은 게 싫은 것을 뛰어넘었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쉬운 여름은 없지만 지나고 나면 그립습니다.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연둣빛과 초록빛이 넘실대는 여름이잖아요. 청춘같이.

그래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난 내가 좋더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록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