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품

by 샹송

해가 뜨고 다시 더워졌지만 아무래도 환한 풍경이 반갑다. 비가 오고 흐린 날은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그 이상이 되면 해가 그리워진다. 특히 널어놓기만 하면 빨래를 바싹 말려주던 햇살이 제일 그립다.


입추가 시작된 날 저녁부터 밤바람이 선선하더니 그날 이후로 밤공기는 가을 같다. 더불어 오전의 바람도 시원해졌다. 얕은 개울 위를 나는 잠자리와 꽃을 찾아 비행하는 나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층 시원해진 공기를 날개 달린 하늘의 방랑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해가 비친 산책길에선 물기가 묻은 이파리들이 햇살을 그대로 머금고 반짝였다. 비가 내린 다음에는 풀이나 꽃들이 쑥쑥 자라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에도 봄만큼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데 보랏빛을 띠는 꽃들이 신기하리만치 많다. 여름빛이 빚어낸 색깔이었다. 이번 여름날 마음엔 초록이 아닌 다른 색이 물들어갔다.


한번 꽃이 핀 자리에는 매해 같은 꽃이 피어나 지도처럼 머릿속에 새겨진다. 생각이 나면 꽃들을 찾아가 보기도 하는데 그것은 만남과 같아 보게 되면 반갑고 그렇지 않으면 아쉽다. 어떤 꽃들을 한해를 거르고 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처음 보는 꽃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는 점이 참으로 새롭다. 아예 새로운 종류이기도 하지만 생김새가 비슷하거나 또는 색만 다르거나 혹은 다른 두 종류가 섞여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아마 자연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일 것이다.


>>


자연은 계속 변하지만 그것이 발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 단어는 자연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고 한다. (찰스 다윈/ 종의 기원) 변화하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작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활과 반대이다. 그 변화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자연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게도 느껴진다. 자연이 굽어보며 우릴 품어주고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여러 가지 보랏빛을 띤 꽃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토끼 폼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