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입다.

by 샹송

여름이 잊히고 찬 바람이 불어오자 자연스레 따듯함을 쫓게 된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늘 햇살과 함께 있으며 시선을 끈다.


초록빛이 사그라드는 가운데 자귀나무가 여전히 파릇파릇하다. 야자수잎과 닮아 있어 해가 내리쬐는 맑은 여름 휴양지를 떠오르게 한다. 멀리 산이나 들판을 보면 햇살을 품 안에 가두고 반짝이는 미루나무가 있다. 잎의 모양과 연한 색깔 때문인지 미루나무는 햇살을 독식한 듯 늘 혼자 더 환하다.


들과 길가 곳곳에 산국이 피어나고 있다. 다 저물어가는 사이에서 새 노란빛이 생기롭다. 이제 막 태어나는 것에게는 비길 것이 없어, 돌담 위로 드리운 산국의 그림자조차 파릇파릇하다. 해가 드는 따스한 곳으로 벌들이 계속 날아든다.


무심히 피어나 볕을 쬐고 있는 쑥부쟁이에는 이름 모르는 곤충이 앉았다. 그 곤충의 몸이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색을 띠며 진짜 보석같이 빛을 낸다. 신기함을 넘어 신비스럽기도 하다.


또 어제 아침에는 늦은 봄을 만난 듯 느닷없이 싱그럽기도 하였다. 아침 햇살이 모과나무로 쏟아지자 모과가 샛노랗게 익은 망고처럼 보였던 것이다.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다 새로웠다.


나무와 꽃, 과실들. 내가 예쁘다고 느끼는 것들은 실상 햇살 하나인 것인가 싶다. 예쁜 옷을 입은 것처럼 햇살이 입혀진 것들이다. 그 옷은 가볍고 밝으며 따듯하다.


햇살이 있는 한 추위 안에서도 어느 한 면은 늘 따스할 수가 있게 된다. 햇살을 쫓는 일은 추운 계절에도 포근함과 따스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 풍경 속의 작은 위안이다.



자귀나무
미루나무
쑥부쟁이
산국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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