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도시 매거진 | 스페셜 리포트_홋카이도 (6)
지금으로부터 46년 전, 삿포로 동계 올림픽 개막식 현장. 영하 8도, 날씨는 쾌청.
한 소녀가 횃불을 들고 스타디움에 들어섰습니다. 성화 봉송 주자는 고등학교 1학년 츠지무라 이즈미 양. 피겨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를 달려 성화대로 다가섭니다. 장내가 환호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성화대 앞에서 횃불을 기다리는 최종 주자 역시 고등학생, 히데키 타카다 군입니다. 계단을 뛰어올랐습니다. 성화의 최종 점화자는 유명 스포츠인이라는 일반적인 관례를 뒤엎고, 16세의 평범한 학생에 의해 꺼지지 않는 불이 점화되었습니다. 초승달을 닮은 성화대의 디자인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소리 야나기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동계 올림픽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 본 적 없었던 동양의 나라가 겨울 축제의 장소로 선택되자, 삿포로는 큰 기대감으로 술렁였습니다. 경기장을 짓고, 지하철을 놓고, 1년 전부터 도시의 모든 기능을 올림픽에 맞추어 테스트했습니다. 준비 상태를 점검한 후, 올림픽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완벽한 성공'. 삿포로는 대회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매년 겨울, 눈 축제를 보러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듭니다. 삿포로는 매년 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1972년 동계 올림픽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삿포로 데이네 스키장 サッポロテイネ>에 가면 올림픽 알파인 코스에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대 大倉山>는 도시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고요.
올림픽도 올림픽이지만, 삿포로 하면 즉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역시, 맥주.
바야흐로 150년 전, 붉은 벽돌로 만든 양조장이 세워졌고, 지금은 '도시의 이름 = 깔끔한 맥주 한 잔', 이런 등식이 성립되었습니다. 찾아가 보니, 전시관과 쇼핑센터로 용도가 바뀐 삿포로 맥주 공장은 단체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관광뿐 아닙니다. 인구 감소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삿포로의 인구는 천천히 증가하고 있고, 2백만에 다가섰다고 합니다. 자국민과 관광객이 모두 사랑하는, 삿포로야 말로 안팎으로 매력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삿포로의 도심 구경에 나섰습니다.
누가 뭐래도 삿포로의 중심은 오도리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에는 크리스마스 불빛 장식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리본처럼 길게 도심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공원. 이곳이 삿포로 여행의 출발점입니다.
리본형 공원은 다운타운을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눕니다. 공원의 북쪽으로는 관공서, 기차역,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 있고, 남쪽 구역은 주로 상점가, 식당, 술집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쪽 구역으로.
가면 갈수록 밤의 불빛이 진해지더니, 스스키노 교차로에서 화려함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삿포로의 명물, 양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합니다. 그런데 화려한 밤의 구역을 몇 걸음 더 지나자 갑자기 어두운 동네가 나타났습니다. 고층 건물들이 사라지고 아파트와 나지막한 주택들이 등장했습니다.
삿포로를 돌아본 후 도시의 모양을 스케치해보니, 이랬습니다.
계란 프라이처럼, 도시는 중심가와 주변의 경계가 뚜렷합니다. 노른자에는 업무, 관공서, 상업 같은 도시의 주요 핵심시설들이 있고, 노른자를 벗어나면 주거지가 시작됩니다. 가운데는 일하고 노는 곳, 주변은 잠자는 곳으로 기능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죠. 떠들썩한 노른자에서 맥주 한잔 하고, 조용한 흰자로 들어와서 가족들과 지내는 구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앞선 글에서 소개한 <모리히코 플랜테이션 카페>나, <호텔 포트멈 스테이 & 커피>가 모두 계란 흰자 부분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매력 장소들은 시끌벅쩍한 중심가에서 한발 물러나서 조용한 주거 지역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간과 매력적인 컨텐츠를 갖추고 있으니, 도심에서 조금 멀더라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온다는 생각이겠죠. 오히려 이런 매력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초대하기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도심을 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시끌벅쩍한 중심가에서 한발 물러나
자리 잡은 매력 공간들
계란 흰자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매력 공간, <스페이스 이치이치고 スペース イチイチゴ> 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삿포로 도심에서 서쪽으로 조금 벗어난 주거 구역에 있는 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엔 특징 없는 작은 아파트 혹은 다세대주택에 불과합니다. 발코니에서 빗물 자국이 남아있는 이 평범한 건물이, 실은 그 안에 재미있는 비밀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별일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주변의 동네 건물들과 섞여 있습니다만, 멀리서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마침 데이트를 나온 세련된 옷차림의 커플이 건물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다세대주택과 그리 다를 것이 없는데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는 8층 규모의 복도형 아파트를 작은 가게들의 모임으로 바꾼 건물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독특한 가게들이 벌집처럼 옹기종기 모여 영업 중입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정문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초인종이 있습니다. 방 번호와 작은 버튼들이 좌르륵 붙어있는 인터폰 말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은 방 하나하나가 가게입니다. 501호는 과자가게, 502호는 꽃가게,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 그 가게에 가고 싶으면 해당 번호를 누르고 1층 출입구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미리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각각의 가게들이 언제 오픈하는지 알고 찾아가야 합니다. 스페이스 이치이치고의 가게들은 대부분 주 2~3일만 운영합니다. 보통 월~수요일을 쉬고, 목, 금, 토, 일요일 중 며칠만 문을 여는 것이죠. 가게별로 여는 날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미리 달력에 체크해두지 않으면 헛걸음을 하기 십상입니다. 어찌 보면 가게 주인들과 약간 느슨한 약속을 하고 간다, 이런 기분이 드는 방문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뭔가를 숨기고 있길래 이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궁금하시죠?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관을 무사히 통과한 후 느릿느릿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이런 곳에 뭐가 있기는 한 거야, 몇 번을 의심했습니다. 가게가 있다는 층에 도착해서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냉랭한 흰색 페인트를 바른 복도가 나타났고, 밋밋한 색깔의 아파트 철제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뭐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아파트의 복도입니다. 철제문에는 익숙한 글씨체로 801호, 802호라는 숫자가 쓰여있었고요. 대체 어디에 가게들이 있다는 것인지, 궁금함이 커졌습니다.
복도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차에 반갑게도 철제문을 열어 둔 가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503호의 과자 가게, <캡슐 몬스터 Capsule Monster>입니다. 철문 안에는 나무틀로 만든 귀여운 유리문이 하나 더 달려 있었습니다. 아파트였다면 신발 벗는 구간을 막아주는 덧문이 있어야 할 자리인데, 여기에 가게의 프런트 도어를 설치한 것입니다. 유리문 너머 심플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꾸민 가게가 보입니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여기서 안심. 철문 하나 열어뒀을 뿐인데 아파트 복도의 메마른 풍경이 따스하게 바뀌는 기분이었습니다.
참기 힘든 달콤한 과자 향기가 503호에 가득했습니다. 무화과와 호두를 듬뿍 넣은 스콘도 맛있을 것 같고, 심플한 프로마쥬 케이크도 탐났습니다. 캡슐 몬스터 사장님이 팸플릿에 써 놓은 가게의 컨셉트는 "재료의 맛을 알기 쉽게 과자로 표현한다"였습니다. 정말 알기 쉽습니다, 사장님.
5평 정도의 공간에 갓 구운 과자가 알록달록 가득한, 행복해지는 과자의 집, 503호입니다. 작은 공간에 진열대와 카운터가 빠듯하게 들어차 있었는데요, 같은 건물의 602호에 있는 공방에서 과자를 굽고, 한 층 내려와 503호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음울한 분위기의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지날 때만 해도 여기 괜을까, 불안했었는데,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큰 안도감. 감정의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진열대를 채운 과자 하나하나를 세심히 살펴봤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더 소중히 가게과 물건을 살피고 싶어 졌나 봅니다.
본격적으로 다음 가게를 찾아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역시 철제문을 열어 두고 감각 넘치는 포스터와 소품들로 입구를 꾸며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방 안에 들어서자 따스한 음악이 흐르고 나무 책장에 LP 레코드 판들이 잔뜩 꽂혀 있습니다. 손님 한 분이 헌팅캡을 쓴 사장님과 레코드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타케차스 레코즈 Takechas Records>입니다.
5년 넘게 온라인 숍으로 LP 레코드를 취급하던 주인, 타케차스 씨는 '은둔형 레코드 살롱'을 컨셉트로 내세우고 이곳에 자신의 오프라인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2만 장의 레코드 중 일부를 옮겨와서, 매주 테마를 바꿔가며 501호의 방에 진열합니다. 가게에 있는 물건들은 온라인에서도 구입 가능하지만 '타케차스 씨가 이번 주에는 어떤 테마로 진열했을까', 호기심을 품고 이곳까지 오게 될 것 같습니다. 홍보 팸플릿의 만화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사장님과 금주의 테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즐거움일 테고요.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평범한 아파트가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로 바뀐 것은 2009년. 이후 타케차스 씨처럼 개성 강한 주인들이 하나둘 작은 가게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201호 유럽 빈티지 가구점 <Anorakcity>의 주인은 5년간 영국에서 거주하며 중고 옷가게에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205호에는 여성 도예가 스기타 마키 씨가 공방을 열었습니다. 오피스 레이디 시절, 취미반을 다니다가 유명 도예가 하시모토 시노부에게 사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도예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곳에 자신의 작업실을 두고 '손에 쥐었을 때 친숙한 그릇'을 컨셉트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컨셉트가 강한 카페, 과자점, 꽃집, 보석집, 원단 가게들. 말하자면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는 작은 숍들이 모여 만든 마이크로 백화점입니다. 닫힌 철문 너머로 '어떤 가게가 숨어있을까' 궁금해하다가, 시간을 맞춰 방문해서 가게 주인이 5평 공간에 펼쳐놓은 세계를 구경합니다.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닙니다. 506호에서는 여성들만을 위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진 교실'이 열립니다. 407호에서 가죽 제본 노트를 판매하는 <리타르트 Litart>의 주인은 해외 경험을 살려 영어를 가르칩니다.
매력적인 숍들이 모인 마이크로 백화점,
스페이스 이치이치고
다시 생각해보면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는 단순히 가게들의 모임을 넘어, '작은 가게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매력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굳이 이런 한적한 곳에 복잡한 절차를 거쳐 찾아옵니다.
삿포로의 변두리에 매력적인 한 점이 생긴 것입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스페이스 이치이치고의 매력을 생각해봤습니다.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첫 번째 든 감정은 은밀함이었습니다. 찾기 쉽지 않은 위치에, 들어가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시간을 잘 맞추어야 볼 수 있다는 것. 규칙을 알아야 들어가는 공간이라는 비밀스러운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적인 공간인 아파트에 들어가서 집 안에 진열된 물건을 보는 느낌도 비밀스러움을 더합니다. 물건을 구입하러 간다기보다는 은밀한 탐험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찌 보면 이 은밀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쇼핑을 할 때 느끼는 경험과 정반대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쇼핑몰의 가게들은 문을 활짝 활짝 열어두고 어떻게든 자신의 상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 애씁니다. 그런데 이곳의 가게들은 철제문을 무심히 열어두는 것만으로 충분. 작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작업에 열중합니다. 이곳에서 구운 과자를 구입해서 친구에게 선물한다면, '내가 얼마나 어렵게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눈 후 사온 과자인지 알아', 무용담을 늘어놓게 될 것 같습니다.
남들은 모르는 은밀한 공간을 발견했다는 감정. 이 은밀한 발견의 밑바닥에는 '육성의 재미'라는 욕구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요. '이 가게, 내가 키웠어' 같은 느낌 말이죠. 남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가게의 물건을 구입하고 성장을 돕는다는 이 느낌은 온갖 가게와 물건들이 넘치는 시대에 독특한 소비의 쾌감을 주는 듯합니다.
어디선가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한국의 아이돌은 피나는 연습을 통해 탄생한 완성체인 반면, 일본의 팬들은 허술한 아이들이 모여 성장해가는 모습을 응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컨대 완성형 아이돌이냐 육성형 아이돌이냐,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얘기였는데, 실은 우리가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대상들이 대부분 그런 것 아닐까요. 깔끔하게 포장된 완제품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이케아의 가구처럼 무언가에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기도 하니까요. 늘 내 자리가 비워져 있는 뒷골목의 단골 카페는 열심히 찾아가 줘야지, 라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육성형 카페입니다. 하워드 슐츠 씨가 만든 완성체가 스타벅스인 반면.
발견과 육성의 재미를 주는 상업시설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를 찾아가는 감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기에 드나들면서 철제문이 닫혀 있던 방 하나하나에 차례로 좋은 가게들이 들어오는 과정을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야, 이치이치고에 드디어 베이커리가 생기는구나', '이번에 가보니 모자 가게가 들어왔어.' 아마도 가게를 찾은 손님 중 몇몇은 '언젠가 나도 이곳에 나만의...'라며 가게 컨셉트를 구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스페이스 이치이치고는 발견과 육성의 재미를 충족시키는 공간입니다. 복도 구석의 307호는 텅 빈 방에 흰색 페인트만 칠해두고, 누군가 와서 전시회를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의 마무리, 삿포로 맥주를 한 잔 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남쪽 변두리의 동네, 기쿠스이 菊水였습니다.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골목길을 구석구석 찾다가 발견한 곳은 매력 부부가 운영하는 바, <하루야 バル ハルヤ>입니다. 우리가 불쑥 들어서자 사장님은 급히 전화를 걸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골손님을 불러들였습니다. 일본어를 못하는 이방인 손님에게 말동무를 소개해주려고 말입니다. 단골들 틈에 섞여 즐겁게 마시다 보니, 하루야의 부부와 단골들은 단순한 주인-손님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로윈 파티를 함께 하고 설맞이 단체 여행을 가는, 가족처럼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단골손님인 유키 씨는 온천 여행에서 다 같이 찍은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주인 부부가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지, 이곳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마치 자기 가게인 것 처럼 자랑했습니다.
한적한 뒷골목 지하에 특별한 간판도 없이 영업 중인 하루야는 동네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공간이었고, 이곳에 애정을 듬뿍 보내는 손님들이 수시로 찾아와 서로 친구가 됩니다. 주인 부부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력 넘치는 부족장이었고요. 부족장의 마법에 이끌려 우리도 맥주 한잔이 와인으로, 위스키로... 긴 밤으로 이어졌습니다.
성화대에 오른 16세의 고등학생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자료를 찾아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삿포로 어딘가에서 행복한 60대로 살고 계시길.
겨울 축제를 마친 후 46년, 삿포로는 성숙미 넘치는 매력 도시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노른자 구역은 삿포로 맥주와 칭기즈칸을 먹으러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에는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과자를 굽고, 사진을 가르쳐주고, 작은 전시회를 엽니다. 골목의 숨겨진 바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육성하는 곳. 삿포로의 외곽에는 이런 매력 공간들이 있었습니다. [매력도시연구소]
매력도시 매거진 스페셜 리포트_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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