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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샹 Apr 27. 2017

집은 더 이상 최우선이 아니다


30년

보통의 국민들이 은행 대출을 안고 가는 기간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30년과 무시 못할  이자를 지불하고 집을 얻는다. 

 

17년

우리의 1인당 GDP로 서울 부동산 평균 가격인 5억 원 대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다. 


2950만 원

한국의 1인당 GDP 수치이다. 우리는 29,500,000 만원 (작년 기준은 약 3000만 원)의 GDP를 올리고 있다. 


5억

서울의 평균 30평대 아파트 한채 값이다.


이 숫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도처에 있지만 너무나 먼 우리의 집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3000만 원인데, 서울의 평균 집 값은 5억 원이 넘는다. 약 17배의 차이가 나며, 평균 집 값과 GDP의 격차가 큰 도시 중 세계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평균인 집을 사기 위해 우리가 17년간 현재의 1인당 GDP를 한 푼도 빼지 않고 모아야 겨우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매년 절반의 금액만을 모은다면 34년이다. 물론... 17년 혹은 34년 뒤의 집 값이 현재와 같다는 보장은 없다. 


소중했던 하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집은 아주 먼 옛날부터 꼭 소유해야 할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었다. 그런데 집이 소중하게 꼭 소유해야 했던 대상에서 조금씩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대략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보고 찾아보았는데, 이것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져 가는 것과 그 길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윗 세대는 평생직장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본인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퇴직 때까지 일하고 그곳에서 받는 급여로 가정을 책임지고 그러한 직장을 사랑하며 살아가지 않았나. 가족을 책임질 수 있기에 그렇기에 때로는 가족보다 소중히 하기도 했던 직장이었다. 그러나 IMF를 거치며 평생 함께 할 거라고 믿었던 회사와 이별하고 대출로 유지하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며 직장과 집으로 인해 완전하고 안전했던 믿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던 그 순간이 변화의 기점이 된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자랐던 나와 누군가의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나와 가족을 책임져 줄 수 없는 회사는 더 이상 애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전우처럼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회식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고,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은 또한 가볍지 않게 되었다.


내 인생 내 가족 우리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게 된 고용 형태는 분명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함께 우리에게 집에 대한 부담과 리스크를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어차피 다가올 예정이었던 현실


출처: 무한도전, 오마이뉴스


그렇다고 달라진 고용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완전하고 안정적인 고용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나날이 능률적인 인재를 원하고, 자고 나면 탄생하는 새로운 기술들은 평생을 발맞추어 가기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비록 IMF로 인해 갑작스레 맞이한 고용 불안정이나, 사실 IMF가 아니었더라도 산업 형태의 변화로 인해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변해야 할지도 모르는 가치관


그래서 어쩌면 집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상기의 숫자들을 기준으로 우리가 집을 원한다면 그 대가로 30년의 시간과 5억 + 5000만 원~1억 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건 단순히 시간과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가 더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뚜렷한 꿈이 없을지 모르지만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주위의 가족, 친구, 직장동료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 얼굴을 볼 때마다 서로에게 고민과 아이디어를 쏟아내지 않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끝없이 고민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일들은 행동하기 전에 필히 있어야 할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30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매해야 할 집은 이러한 고민과 번뇌를 무력화시키는 아주 큰 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행동하고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기에 무리하게 소유한 집은 우리의 안식처가 아니라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지키고 유지하고 갚아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중요한 시기에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물론 집은 크게 보았을 때 저축과 투자의 개념이 크다. 월 100 이상의 돈을 써가며 유지한다고 해서 그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집은 부동산으로써 그 변동 가치를 항시 가지고 있기에 유사시에 좋은 보험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치는 단어 본연의 뜻 이상으로 변동적인 것이고 그 요소들은 우리의 선택을 방해할 큰 산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집에 대한 소유가 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과 내일의 선택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오늘을 영유하고 내일의 선택을 위해 집을 포기하는 건 어쩌면 과도한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분명 "포기"를 고려할만하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당분간 집을 소유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직업인을 꿈꾸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시간을 쪼개서 내가 할 수 있는 번역 일과 공부를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내가 관심 가지는 새로운 기술이나 툴을 접해보기도 한다. 때가 되어 내가 준비가 된다면 직장을 벗어나 직업인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그때 무리하게 소유한 집으로 인한 주저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당분간은 집을 소유할 생각이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와 와이프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누리기 위해 그리고 내 아이에게 조금 덜 치열하고 자유로운 성장을 보장해 주기 위해 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최우선 순위에서 집을 밀어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성장과 영역 확장을 위해 집은 저 멀리 미뤄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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