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무말

백기완 선생님.

선생님은 평생 힘차게 발을 구르며 천지를 울리고 다니셨다.

by 아무개
백기완 노동해방.jfif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49재도 끝났다.



나는 선생님과 직접 인연은 없다. 단지 선생님을 집회 현장이나 대학로 주변에서 몇 번 뵈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는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걷고 계셨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선생님이 광화문 집회에 어김없이 나타나셨다. 늘 그렇듯 대오의 맨 앞에 계셨다. 경찰들이 겹겹으로 방어의 진을 치고 있었다. 선생님은 경찰의 방패를 마른 어깨로 밀고 계셨다. 선생님이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호령하셨다. "밀 거야 말 꺼야!" 쩌렁한 소리가 광장을 흔들었다. 선생님의 갈비뼈는 부서질 것처럼 오그라 졌다. 선생님은 상기된 얼굴로 어금니를 강철같이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눈에 실핏줄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수 천명의 사람 가운데 불덩이 하나가 활활 타고 있었다.


선생님은 바로 그런 분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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