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평생 힘차게 발을 구르며 천지를 울리고 다니셨다.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49재도 끝났다.
나는 선생님과 직접 인연은 없다. 단지 선생님을 집회 현장이나 대학로 주변에서 몇 번 뵈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는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걷고 계셨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선생님이 광화문 집회에 어김없이 나타나셨다. 늘 그렇듯 대오의 맨 앞에 계셨다. 경찰들이 겹겹으로 방어의 진을 치고 있었다. 선생님은 경찰의 방패를 마른 어깨로 밀고 계셨다. 선생님이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호령하셨다. "밀 거야 말 꺼야!" 쩌렁한 소리가 광장을 흔들었다. 선생님의 갈비뼈는 부서질 것처럼 오그라 졌다. 선생님은 상기된 얼굴로 어금니를 강철같이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눈에 실핏줄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수 천명의 사람 가운데 불덩이 하나가 활활 타고 있었다.
선생님은 바로 그런 분 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