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이야기.

by 아무개





내게는 하나의 걱정이 있다. 그것은 이 이야기를 끝으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의 비밀이 드러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이야기의 신비함이 모조리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안심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총명함을 믿기 때문이다. 일단 이 이야기를 모두 알고 난 후, 총명한 인간들은 이 또한 어떤 이야기의 하나라고 찬사를 보내는 방법으로 진실을 덮어 버리고 말 거라는 것을, 나는 그 총명한 인간들의 하나로써 예견하고 있다.






서막.



아무것도 이해 하지 못 할 당신에게.




: 그런데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1.

나는 길을 찾기 위해 어둠 속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더듬거렸다. 손끝에 꺼끌꺼끌한 것이 닿았다. 그것은 작은 혹 같은 돌기였다. 크기는 다르지만 거칠고 딱딱한 질감의 다른 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혹의 표면에는 더 작은 혹이, 더 작은 혹의 표면에는 또 더 작은 혹이 끝없이 붙어 있었다. 비릿한 냄새도 났는데 주변의 공기와는 다른 미지근한 온도로 떠돌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의 마른 폐 속에서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비릿함은 오래 묵혀 두었던 절망 같았다. 목에 닿는 공기가 서늘했다. 불쾌함이 곧장 뛰어들자마자 가면을 벗었다. 두려움이었다. 나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 끝에는 역겨운 감촉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알게 된 것의 후회가 부딪혔다. 그것들이 뒤섞이자 바싹 마르고 벌거벗은 절망이 나타났다. 움푹 파인 눈가에 붉고 어두운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반대편의 어둠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귀 뒤에서 쫓아올 것이다. 그래도 벗어나야 했다. 나는 두 걸음을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시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한편으로 나는 뒤돌아 서고 말았다.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손가락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돌아선 나는 뛰기 시작했다. 무거운 액체가 손을 빨아드렸다. 끈적거렸다. 나는 더 빨리 뛰었다. 액체 사이로 물컹한 것들이 있었다. 나는 손으로 그것을 쥐었다. 그것들은 부드럽게 손등과 팔에 옮겨 달라붙었다. 나는 놀라 손을 힘껏 빼냈다. 나는 더 빨리 달렸다. 손이 시렸다. 다시 손을 뻗었다. 손가락에 미끈거리는 가죽이 닿았다. 나는 더 빨라졌다. 가죽은 힘없이 밀리며 주름이 졌다. 나는 더욱더 빨라졌다. 어둠 속에서 벽이 나타났다. 벽을 볼 수는 없었다. 가죽의 움푹 패인 미끄러운 구멍에 엄지 손가락이 빠져 버렸다. 구멍에서는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벽은 그대로 있었다. 나는 빛보다 가볍고 빠르게 벽을 향해 나아갔다. 속도는 없었다. 액체가, 구멍이 나를 삼켰다.


구멍 속은 덥고 답답했다. 나는 벽과 부딪쳤다. 나는 산산조각이 났다. 벽 속으로 나의 피와 살덩이가 세게 파고 들어갔다. 나는 구멍 속에서 밖으로 손을 뻗었다. 딱딱하고 미끄러운 것들이 손에 잡혔다. 벽 속으로 파고 들어가지 못한 것은 내 항문뿐이었다. 항문만 살아 있었다. 손에 잡힌 것의 표면에는 질척한 반죽들이 불규칙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항문은 계속해서 오그라 들었다. 반죽들은 축축하고 뜨듯했다. 항문은 아주 작아졌다. 반죽의 역겨운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항문은 미친 듯이 오무라 들더니 벽의 보이지 않는 틈으로 들어갈 만큼 작아졌다. 구역질에 내장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항문은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근육들은 몸 안의 모든 것을 밖으로 꺼내버릴 작정으로 꿈틀거렸다. 눈알이 반쯤 빠져나왔다. 번쩍하며 빛이 튀겼다. 나는 더 아득한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편안했다. 막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의 정체를 말해야 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의 정체를? 잠은 나를 묵직하게 누르고 있었다. 부드럽고 편안했다. 나는 잠에게 말했다. 나를 잠에서 깨워 달라고 했다. 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잠은 잠들고 있었다. 나는 잠을 깨우려 했다. 잠을 흔들었다. 잠만이 나를 잠에서 깨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잠과 함께 잠들고 있었다. 젖은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나는 잠을 꼬옥 껴안았다. 잠의 따뜻한 온기가 잠을 깨우려던 나를 멀어지게 하고, 나는 어둠마저도 없는 곳으로 깊게 잠겨 들었다.







2.

얼마 후 나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나에게는 기억에 없는 무릎과 기억의 껍데기만 남았다. 현재를 기억이라 믿는 나는 기억을, 현재를 찾아야 했다.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야기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들려 드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지런하지 않은 내가 꾸준한 인내심이 내 안에 덜그렁거리도록 몸을 흔들어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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