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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8. 대면.


오후의 바다는 하얗게 번들거렸다. 느슨하게 굽은 해안은 여러 개의 낮은 산 봉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길은 산 밑을 휘어 감았고 나무들은 비스듬히 바다를 향했다. 바람이 불었다. 나무들이 흔들렸다. 잎에서 걸러진 바람은 시원했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 바다와 가까워졌을 때 어부 한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깨에 걸친 그물이 땅에 끌렸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곧은 허리와 건강한 피부를 갖고 있었다. 적갈색의 얼굴은 태양처럼 빛이 났다. 머리카락과 눈썹은 짙은 검은색이었다. 그에게 어디를 가는 중인지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내게 물었다. "어디를 가는 것 같소?" "예?" 대답 대신 질문을 되받은 나는 머뭇거리며 할 말을 찾았다. 어부는 말없이 답을 기다렸다. 이마에서 내려온 흉터가 그의 왼쪽 눈썹을 비스듬히 반으로 갈라놓고 있었다. 살아남은 눈은 맹렬하게 내 얼굴을 뒤적거리는 것 같았다. "알았다면 묻지 않았겠지요" 내가 말했다. 어부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이오" 어부는 가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등은 커다란 비늘로 덮여있었다. 비늘은 옅은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비늘이 번갈아 가며 반짝였다. 나는 그가 작은 조각 빛이 될 때까지 바라보았다.


길은 점점 바다와 멀어지며 산 위쪽을 향했다. 걸음마다 바다는 더 넓게 드러났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길은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평평한 바위를 골라 앉았다. 바다는 조용히 빛났다. 어부의 등 비늘처럼 반짝였다. 구름이 바다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은 이제 아래를 향했다. 한 사람이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왔다. 어부였다. 이상했지만 반갑기도 했다. "어디를 가십니까?" 내가 말했다. "어디를 가는 것 같소?" 어부가 말했다. "알았다면 묻지 않았겠지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맞는 말이오" 어부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돌아섰다. 어부의 등 비늘이 눈을 찔렀다.


산을 내려오자 길이 바다와 다시 가까워졌다. 먹구름 한 덩어리가 멀리서 비를 뿌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 차례 바람이 습하게 지나갔다. 구름은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며 굵은 빗줄기를 쏟았다. 태양이 다시 정렬적으로 힘을 쏟았고 젖은 땅은 말라버렸다. 어부를 다시 만났다. 나는 그에게 처음과 같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멈추고 나를 보았다.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얼굴과 팔뚝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자주 만나는군요" 내가 말했다. "그런가요?" 그가 말했다. 그는 옅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어디를 가십니까?" 내가 말했다. "어디를 가는 것 같소?" 그가 말했다. '알았다면 묻지 않았지' 나는 어금니로 말머리를 꽉 물었다.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군요" 내가 말했다. "같은 말만 들었나 보구려" 그가 말했다. 목덜미가 데인것처럼 뜨거웠다. 길은 늦은 오후의 시간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몹시 더웠다. 그의 얼굴은 비웃음으로 번지고 있었다. 건강한 빛깔의 피부는 비열함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말없이 그의 눈에 맞섰다. 그의 눈은 우물처럼 깊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쾌했다. 어부는 등을 반짝이며 멀어졌다. 땀에 젖은 옷은 몸을 조였다. 코와 입에서 뜨거운 숨이 나왔다.


태양은 산 뒤로 넘어갔다. 나는 태양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전에 산을 돌았다. 바다의 서쪽은 늙어가고 있었다. 뜨거운 대기를 타고 부는 바람은 짜고 눅눅했다. 겨드랑이가 따가웠다. 태양은 낮아져 있었다. 눈을 찌푸리지 않고도 볼 수 있었다. 옅은 노을을 배경으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바다를 등지고 하늘의 빛에 떠밀려 오고 있었다. 검은 윤곽은 그 존재를 강조했다. 어부였다. 나는 멈추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왔을 때 나는 어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어디를 가십니까"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보았다.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미소를 준비했다. 나는 그가 표정을 바꾸기 전에 말했다. "어디를 가는지 그것만 말하시오" 그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길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풀잎이 흔들렸다. 그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오렌지 빛으로 비스듬히 기울고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내 발에 밟혀 지나갔다. 모든 것이 고요했다.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주먹을 움켜 잡았다. 그가 옆으로 비껴 지나갔다. "나를 모릅니까?" 내가 말했다. 그가 멈추고 돌아섰다. 커다란 침묵이 사이를 가로막았다. 바람이 짧게 불었다. "나를 아시오?" 그가 말했다. 나뭇잎이 마르지 않은 소리를 내며 조롱하듯 발 옆을 굴러갔다. "네" 내가 말했다. "그럼 나도 알 거요" 그의 말들 듣자 머릿속의 피가 땀방울을 타고 터져 나왔다. 머리는 계속 부풀어 올랐다. 그가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그는 그래서는 안되었다. 나는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어부보다는 빠르게 뒤를 쫓았다.


그가 쓰러졌다. 태양은 바다에 맞닿아 있었다. 등비늘은 더이상 빛나지 않았다. 그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쓰러질 듯 몸이 기울었지만 그의 팔과 어깨가 땅을 지탱했다. 그가 나를 또렷이 보았다. 그러려고 애썼다.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바다를 보았다. 그의 어깨 위로는 하늘이 붉었다. 물빛도 붉었다. "여기..." 혼잣말을 하듯 소리를 지워버린 어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았다. 그리고 알지 못할 미소를 지었다. "여기잖소" 그가 말했다.


순진한 천사가 교활한 악마보다 해로운 법이다. 좌절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기로 했다. 그를 등에 엎었다. 이상했다. 그는 무게가 없었다. 나는 그가 지나왔고, 내가 가고 있었던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 내가 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여러분! 글이라는 것을 쓰는 그대들은 모두 위대합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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