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고대하는 당신에게
6.
그들은 나에 대한 권리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권리는 내가 인정할 때에만 드러나는 것이었다. 나에 대한 권리였으니까. 그들은 나를 하나의 단어로 지시했다. 그리고 그 단어가 바로 나와 동일하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해 부여한 단어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함께 일정 부분 나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믿었는데, 그 근거라는 것이 다분히 원시적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두 개체가 역할 놀이 같은 의식을 치른 후, 어두운 곳에서 서로 뒤엉켜 고통의 신음과 같은 소리를 통해 서로의 분비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최초의 싹을 틔우고, 그것을 순식간에 몸 밖으로 배출했는데, 그 절차와 행위를 마치고 얼마 후 자신들의 분비물에 흠뻑 젖은 채 버려진 나를 주워 안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껍질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불결함을 내게서 발견했다. 그리고 허접한 욕망의 단어를 골라 자신들의 혀와 내 귀에 꿰매어 버렸다. 그들은 나와 동일한 단어를 발견해 냈고 그것이 나를 대신하며 나 자체를 이룬다고 믿었던 것이다. 나는 그 단어가 나를 포함하는 것인지 내가 그 단어를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간식을 먹듯이 나를 보며 그 단어를 말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은 창조자의 위엄을 보이려는 노력과 섞여 어색했다. 자신들이 아니면 내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을 거두지 않는 한 나에 대한 권한을, 그 환상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믿음에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사실 내가 무의미한 울음소리와도 같은 그 짧고 가식적인 단어의 어원이나 의미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라는 것이 궁금해 몇 번의 질문 이외에는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잠에서 깨어 모든 앎의 기억에서 멀어져 있을 때 기억과 나 사이에 무릎 대신, 아니 무릎을 제거하고 끼어든 그들을 나는 위험한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어느 정도는 위험했고 어느 정도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살찌게 하기도 했고, 헐벗고 굶주리게 하기도 했다. 내 머리를 잘라 발에 신고 다니게 했다. 한쪽 발은 맨발이었다. 절룩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것이 가장 특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하나인 것이 바로 이 모든 것을 위한 자연법칙과 같다며 감탄했다. 뼈나 내장을 장신구로 걸치게 하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긴 시간을 관찰하기도 했다.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도 놀라워하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 경우 그들은 더욱 정교하고 과감하게 행동했는데 내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귀찮지는 않았다. 피곤한 일이었다.
말했지만 나는 얼굴과 몸에 살이 오르고 건강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실재하는 것이나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한다. 사실과 생각, 진실과 거짓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한다. 그것들로 나를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나이기는 하지만 나에 대한 것은 아니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직접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나는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 그래서 또는 그리고,
나는 모든 시대의 모든 것에 흩어져 있다. 이제는 이름으로만 남은 나는 그 많은 나로부터 멀어져 있다. 그리고 그 많은 나를 기억이라고 믿는다. 멀어져 있는 기억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한다. 이야기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벽속으로 사라지며 남은 항문의 흔적이나 흩어진 마지막 숨의 부스러기라도 찾으려 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름뿐인 나를 발견했다. 나는 나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다. 나는 어디에나 있었다. 무한에 가까운 내가 있었다. 애써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지만 내가 관심이나 흥미를 보일만한 나를 만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길을 나섰다.
7.
날씨는 무더웠다. 얼굴이 따가웠다. 시장에 들어선 나는 모자를 찾았다. 종이 상자 안에 쌓여있는 모자들을 뒤적였다. 창이 넓은 모자를 골랐다. 더위는 시장 골목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공중으로 들어 올려놓았다. 두 사람이 앉아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아, 나 그 형님 그렇게 안 봤는데..." 내 뒤로 들리는 말소리가 나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은 세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알았다. 그러나 조금은 낯설었다. 그 짧은 이야기는 어떤 맥락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분명 내게 가장 중요한 어느 한 부분이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만난 것에 흥분했다. 그리고 정중하게 나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을 했다. 이야기는 잠시 망설였다. 나는 부담이 간다면 '아, 나 그 형님 그렇게 안 봤는데...'에서 '아, 나 그 형님'과 '...'을 제외해도 좋다고 했다. 사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렇게 안 봤는데'였다. 이야기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시간은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지금 까지도 그와 -나를 '그'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깊은 우정을 간직하고 있으며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가 중요한 것은 가장 많은 곳에서 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가장 많은 이야기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그로 인해서 나타났다. 사람은 대상을 자신만의 '그렇게'로 본다. 그래서 보지 못한 다른 것에 실망하고 비난하며 '그렇게 안 봤는데.'라고 이야기를 한다.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나는 그와 함께 하면서 늘 이 의문을 반복했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보이길 강요한다. 모든 이야기의 결말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머물러 있듯 사람은 가장 마음에 드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만다. 더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결말이다. 그래서 결말은 그 상태의 지속이나 보존과 같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입과 귀를 닫을 뿐이다.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