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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씨 Aug 17. 2023

신입 마케터 생존 브랜딩(5) 브랜드-ing의 굴레

꺾이지 않는 마음만이 브랜딩을 가능하게 한다.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주의 : 이번 편은 다소 격정적이고 날것의 표현이 나올 수 있습니다. 


EP1~4까지 읽어보셨다면 '뭐야 생각보다 브랜딩이라는 게 스무스하게 진행되잖아? 팀원이 다 나갔는데 그게 가능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내용들은 브랜딩 스토리의 최대한 밝은 면만 편집한 것입니다. 어느덧 '탁' 하고 막히는 순간을 위해, 이제는 브랜딩 스토리 그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이번 화는 지난 내용들의 정리이자, 개념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가감 없이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일을 할 때 현타가 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공을 들였던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일단 열심히 했는데 그다음 방향성이 안 보이는 때가 그런 것 같습니다.


브랜딩이라는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브랜드 창업자의 생각에 의해 쉽게 방향성이 바뀔 수도 있고,

열심히 브랜딩 활동을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브랜딩은 '꾸준함'이 만들어준다.


브랜딩(Brand-ing)은 꾸준함이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이 알아줄 때까지 동일한 메세지를 던지며 설득하는 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메세지를 던져도 고객에게 큰 반응이 없는 것 같을 때 이런 생각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게 맞나? 고객이 원하는 메세지가 아닌가?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메세지인가?" 


브랜딩은 대시보드에 점수가 나오거나 곧바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당장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소수의 반응 밖에는 없습니다. 

SNS에서의 반응이 점점 떨어집니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멈추고 고객이 반응하던 이전 결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첫 브랜드 팝업 이후의 브랜드 SNS 현황



넥스트 플랜은 회고에서 온다


더부스에서 진행했던 첫 번째 브랜드 팝업을 잘 마무리했지만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를 위한 정확한 회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큰 행사를 통해 임팩트를 만들었다면 그 흐름을 이어 작고 지속적인 실무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를 이어서 고민해야 했던 것입니다. 


저에게 브랜딩 선생님이 되어주었던 책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에서는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접점들을 돌아본 뒤 그중 가장 차별화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그것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을 새롭게 설계해서 어떻게 보여주고 또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말해줍니다.


브랜딩 키워드를 완성하고 브랜딩 전략 방향성에 대해 제안했을 때, 각 영역별로 브랜드 키워드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방향성까지는 정해졌지만 그 방향성 아래 고객이 반응하도록 비주얼라이징하는 것, 콘텐츠화하는 것에 대한 플랜이 없었습니다.



새롭게 수립한 브랜드 키워드에 따른 영역별 방향성


원래대로라면 이 단계에서(비주얼라이징/콘텐츠화) 실무적으로 어떻게 콘텐츠를 전개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더 깊은 아이데이션과 함께하는 시도들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른 일들이 너무 많아 곧바로 다른 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다른 큰 행사들(셀러브리티 브랜드 모델 촬영, B2B 외부행사)을 몇 개 치르다 보니 정작 고객들에게 브랜드 무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할지 전략화할 시간을 못 가졌던 것입니다. 작은 목소리라도 꾸준히 내어야지만 메세지로서 생명력이 생깁니다. 이야기를 하다 말았으니 고객 입장에서 자연스레 우리의 스토리에 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브랜딩 할 때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브랜딩은 마라톤입니다. 100m 달리기가 아닙니다. 게시물 하나에 일희일비한다면 브랜드다움을 지켜나가기 힘들 것입니다. 새로운 비주얼을 완성했다고 고객들이 곧바로 환영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의 임팩트를 만들기보다는 천천히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아주 많이요.



사공이 많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에 애정이 있는 사람, 팀장님, 대표님 전부 브랜드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면, 비슷한 듯 다르다면 어느 부분부터 합의가 안 맞기 시작합니다. 팀장님이 부재한 상태에서 브랜드 키워드를 만들고 제안했지만, 타 부서의 임시 팀장님이 생기면서 결을 맞추는데 오히려 어려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느낌의 동기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브랜딩 프로젝트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만 모였는데도, 브랜드 키워드를 선정하는데 1달 가까이가 걸렸습니다. 느낌의 격차를 맞추는 과정에 함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나온 키워드만 전달받으면 아무리 잘 정리해도 결과물의 결을 일치시키기가 어려워집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특히 광고 영역에서 많은 활동들은 주간으로, 빠르게는 일별로도 리포트가 나옵니다. 브랜드 관리자,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것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딩 이름이 붙은 활동에 대한 결과치를 빠르게 보기 원합니다. 


지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 후기가 어떠한지 추적이 어려운 활동이 많습니다. 유의미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큰 규모의 일이 아닌 이상, 한 번의 이슈메이킹이 브랜딩에 얼마큼 효과를 주었는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거 해서 매출 얼마 나왔는데?'라는 잘못된 질문이라도 듣는다면 괜스레 고개가 숙여지기도 합니다.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브랜딩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영역에 걸쳐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세일즈를 진행해야 하기도, 타부서 요청으로 브랜드 결과 맞지 않은 게시물이 올라가야 하기도 합니다. 결국 구성원이 한 방향성 아래 균형을 맞추어가며 끊임없이 이어가야만 건강한 브랜딩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것을 꼭 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최근 비판적인 관심으로 이목이 쏠렸던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 캠페인 때, 당시 TF팀은 새로운 이니스프리의 모습에 호응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비판적인 반응들에 안도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짙어진 '무색무취'의 브랜드 색깔을 벗어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변화를 '알고있다'라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브랜딩에서는 지치지 않고 길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하루마다 결과가 나오는 세상 속에서 홀로 유유자적하는 척하는 배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긴 호흡의 활동이 언제까지고 배포만으로 허락되지는 않으니 결국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지표가 필요합니다. 


찐팬에 집중하자

반응이 적은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릅니다. 반응이 아예 없다면 방향성부터 다시 돌아보아야겠지만, 적게라도 반응이 있다면 누군가는 우리에게 진심으로 반응해 준다는 것입니다. 구매를 여러 번 한다고 브랜드의 팬이 되지는 않습니다.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면 우리의 메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확장해나가면 됩니다.


팀 단위로 계속 부딪히자

팀 단위로 방향성을 일치시키고, 프로젝트 별로 회고해야 합니다. 언제나 당장의 급한 일이 있지만, 급한 일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결국 브랜드가 처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눈치가 보여서 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것이라면 어렵고, 답이 없어 보일지라도 끊임없이 이야기해 나가야 합니다.




꾸준함은 

팀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브랜딩을 잘한다'라고 생각되는 브랜드들을 생각해 볼 때 개인이 떠오르나요? 저는 브랜딩 잘하는 기업들을 생각해 보면 특정한 개인보다는 어떠한 그룹, 팀이 그려지곤 합니다. 개인이었던 저는 고객에게 와닿는 꾸준함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과물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에 대한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여러 부서의 일을 나름의 브랜딩 단계에 나누어 진행해야 했기에 늘 교통정리를 하다 끝난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 화에는 모든 것이 중구난방일 때, 그럼에도 나름의 전략을 어떻게 짰고 각 영역에 어떻게 적용시켜 나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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