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를 통해 브랜드 상징 만들기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브랜드를 처음 접한 후에 유독 오랫동안 기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상적인 무엇인가가 있었을 때이죠. 각자가 느끼는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가 있을 때 제품만 있을 때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는 제품에 비해 매우 직관적이고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고, 소비자 스스로 캐릭터 스토리(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브랜드의 제품이나 캠페인을 브랜드 철학과 연상시켜 받아들이는 것보다, 캐릭터로 브랜드의 성격을 파악하고, 몰입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도넛 브랜드 노티드하면 웃는 스마일 캐릭터와 곰 캐릭터 슈가베어가 떠오릅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브랜드 모베러웍스하면 모조라는 새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각 캐릭터들이 주는 분위기가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더욱 명확하게 해줍니다.
잠깐 그로스 관점의 마케팅에 대해 얘기하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고객의 여정에 따라 액션 단계를 나누어 분석하는 기본적인 프레임워크 'AARRR'이 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단계가 획득(Acquisition)인데요, 불특정 다수가 브랜드를 처음 만나게 되는 시점입니다. 브랜드를 발견하게 되는 이 순간을 '브랜드 인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떤 브랜드를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다면 그로스 관점에서, 또 브랜딩 관점에서도 좋은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를 끄는 캐릭터에 대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탐색해가며, AARRR 프레임 워크의 브랜드 발견(Acquisition)-브랜드 탐색(Activation) 두 단계를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발견-탐색을 이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 광고 소재를 만들고,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기억 속에 남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브랜드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브랜드 캐릭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모든 브랜드가 이제부터 캐릭터를 만들면 될까요? 현실적으로 모든 브랜드가 캐릭터를 만들 수는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이 제품이던, 캐릭터이던, 굿즈이던 상징성이 될만한 한 가지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브랜드가 고객에게 발신하고 싶은 새로운 무드가 있는데, 모든 채널의 비주얼을 동시다발적으로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는 만큼 주목도도 떨어졌고요. 어떤 고객들은 변화를 알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브랜드 무드가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주목도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주목을 끌고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상징이 될 굿즈를 만들고 이벤트를 통해 이를 확산해 보기로 했습니다.
함께 도전해 보는 미니 가드닝, 씨드 키트(Seed Kit)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 인식에 없던 카테고리가 필요했습니다. 마치 캐릭터처럼요. 캐릭터는 아니지만 화장품보다는 자유도가 높고, 만질 수 있어서 긴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의 무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굿즈가 좋겠다 판단했고, 그중 씨드 키트(Seed Kit)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씨앗이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한(Fresh) 느낌이 좋았고, 건강한 원료로 화장품을 만든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확장시켜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기에도 좋은 소재였습니다. 씨앗을 나누어주고 씨앗이 자라가는 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할 거리가 많이 생기니깐요. 씨드 키트 구성에 브랜드의 이미지, 메세지를 담아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였습니다.
굿즈를 잘 만든 뒤에는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공식몰의 경우 매달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할인율이 높은 연말 프로모션과 연계한다면 굿즈 이벤트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그러나 이 생각이 문제였습니다)입니다. 당시 판매 추이를 분석하였고, 그중 5%만 참여율을 만들자는 목표로 진행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이벤트 소식을 알리고, 이벤트 피드를 통해 유입될 고객과 꾸준히 재구매를 한 내부 고객 모두에게 이벤트를 인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었습니다. 당첨자에게 일부 수량을 먼저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이벤트는 신선한 소재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콘텐츠 반응도 역시 기존 소재에 비해 약 4배가 증가했습니다. 씨드 키트를 직접 선물 받고, 키워보며 브랜드가 주고 싶은 가치, 고객을 정성 들여 생각하는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앞서 보았던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통한 씨드 키트 이벤트는 폭발적인 고객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공식몰로 넘어와 씨드 키트를 신청한 수는 목표치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벤트 확인 - 공식몰로 넘어가 결제 및 이벤트 참여'라는 고객 여정에서 많은 수가 이탈한 것이죠. 또는 공식몰의 이벤트 배너를 확인하고도 신청하지 않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재도 신선하고 SNS 채널을 통해서도 잘 알린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돌이켜보면 '단순함'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 그리고 정말 자주 겪었던 실수인데요. '이 정도는 고객들이 이해하고 따라오겠지?'라는 판단 때문에 이벤트 여정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연말에 안 그래도 프로모션이 있는데 엮어서 이벤트를 진행하니 이벤트에 대한 정보 전달이 흐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판매자 수가 이 정도 되니까 그중 5% 정도는 더 고도화된 액션을 하겠다.'라고 섣부르게 생각한 점도 있었습니다.
고객과 관계를 맺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여러 활동을 통해 뼈저리게 배운 점이 있습니다. 모든 이벤트는 결국 우리 팬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의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만큼 잘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페르소나뿐만 아니라, 우리 고객의 실제 페르소나를 파악하여 그 성향에 맞는 이벤트 설계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고객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브랜드인지, 아니면 판매만 가능한 브랜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만약 생각한 대로 고객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플랜 B를 짜두고 방향성을 바꾸어 외부 고객을 이끌어 오는 방향성으로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씨드 키트의 경우 제품을 매번 사는 충성 고객보다 브랜드를 얕게 알고 있던 고객들에게 더 반응이 있었습니다. 아이템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있었기에, 차라리 외부 이용자에게 신규 가입을 위한 장치로 사용해 봤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한 가지 이슈(굿즈)를 잘 확장해서 브랜드 인지를 높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 한 시도는 아쉬움을 안고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시도가 아예 잘 못된 시도가 아니었기에, 꾸준하게 후속 이벤트를 기획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알려갔다면 준비한 굿즈도 전량 소진하고 효과적으로 브랜드 인지를 이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새로움을 만들었다면, 빈도를 늘려 꾸준함으로 고객 인식에 들어가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소통을 통해 공고하게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있는 만큼 일관된 여러 시도가 만들어내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함을 배웠습니다. 한 번에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조급한 마음보다는 정한 방향성에 맞추어 꾸준히 두드려가는 것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하는 실무자에게 필요한 고집일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데이터로도 쉽게 나오지 않는 영역입니다. 기민한 자세로 고객 반응을 살피며, 고객에게 인상을 남기고 팬심을 얻어내기까지 꾸준히 고객 페르소나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브랜드와 고객 모두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브랜드를 알리는 모든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다음 화에서는 브랜드 무드 발신을 위한 브랜드 캠페인에 대해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