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는 법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어느 순간 브랜드가 달라졌다고 느꼈던 적이 있나요? 종종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바뀌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브랜드의 성격이나 지향점이 달라졌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최근 스타벅스의 경우가 그러했는데요, 작년 여름 스타벅스 매장 전면에 붙어 있는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메세지를 봤을 때였습니다. 가는 지점마다 같은 캠페인 메세지가 붙어있어서 이 메세지를 공격적으로 알리고 싶어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스타벅스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메세지와 비주얼로 느껴졌습니다. 파편화된 취향을 찾아주기 보다는 어느 지점에 가도 균일한 좋은 스탠다드를 제공하는 면에서 가치를 느꼈기에 스타벅스의 메세지와 비주얼은 생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세계 그룹에 인수된 직후의 행보라 그저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갈 뿐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여러 우려도 있었습니다.
1년의 시간이 흘러 올 8월 스타벅스는 '시크릿 레서피 7'을 선보였습니다. 전국의 스타벅스 파트너가 기획한 음료를 고객이 투표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음료로 출시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일주일만에 53만명의 참여를 이끌어 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고객에게 맞춤한 커스터마이징 메뉴를 일찍이 선보여왔던 스타벅스의 핵심 경험을 잘 녹여낸 이벤트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앞선 두가지 캠페인 모두 'FIND YOUR TASTE'라는 중장기 캠페인 안에서 선보인 프로젝트입니다. 왜 같은 브랜드일지라도 어떤 행동은 그 브랜드답다고 이야기되고, 어떤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고 이야기 될까요? 소비자에게 인식되어 있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잘 전달되었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이미지, 분위기, 철학 등)를 전하는 것은 브랜드에게 이토록 중요한 일이 됩니다.
어떤 브랜드가 꾸준히 쌓아온 철학(소비자에게 인식되어 있는)이 있다면 그 철학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강력한 이유가 됩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어서 스타벅스에 가기보다는 '왠지 스타벅스에 가면 나에게 다 맞춤한 환경과 메뉴를 제공해주는 것 같아.'라는 가치 매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판매 이상의 가치, 브랜드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 브랜드 캠페인입니다. 개념적으로는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단기적으로 행하는 홍보 활동을 뜻합니다. 선거 캠페인의 캠페인 활동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고객에게 공감하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브랜드 캠페인이라는 용어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킵니다. '광고 캠페인'이라는 용어와 혼용되어 단기적인 전환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벤트 정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신제품 런칭 기념 샘플 증정' 이벤트 등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 종착지는 고객의 구매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앞선 활동이 브랜드 캠페인이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메세지와 철학에 대한 고민 없이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전환율을 기대하거나, 앞선 프로모션과 비교한 매출액을 기대하거나 한다면 브랜드 캠페인의 목적을 상실한 이벤트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브랜드 캠페인에서는 어떤 타겟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어떤 측정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몸담은 브랜드에서도 브랜드의 외부 활동, 비주얼, 콘텐츠 발신 등 몇차례 새로운 무드 발신에 이어 고객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마침 새로운 타겟을 확보하기 위한 신제품 런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브랜드의 무드가 입혀진 제품이었기에 제품을 통해 브랜드의 무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품이 출시될 때 많은 것(프로모션, 상세페이지 기획, 플러스친구 메세지, SNS 콘텐츠 발신 등)을 할 수 있기에 신제품 출시를 기념한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하여 브랜드의 가치와 새로운 무드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무드를 고객에게 발신한다.'를 브랜드 캠페인의 목적으로 두었기 때문에, 브랜드 스토리와 비주얼을 경험할 수 있는 캠페인 페이지를 주요 과제로 삼았습니다. 브랜드의 새로운 무드를 비주얼 요소로 표현하고, 제품 소개와 샘플 키트 체험 이벤트를 연계하여 캠페인 페이지를 구성했습니다.
기존 고객이 파파레서피의 제품에 기대했왔던 것은 '순한' 제품이었습니다. 성분 걱정 없이 안전한데 피부 트러블을 잠재워주는 것이 기존 인기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oint)였습니다. 이를 확장하여 '더마'를 키워드로 선정하여 카테고리를 확장했습니다. 안심하고 사용 가능한 브랜드, 피부 걱정 없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임을 캠페인 슬로건과 디자인으로 풀어냈습니다. 'Don't Worry, Rely On Me!'라는 슬로건 아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즐거워진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를 설계했고 콘텐츠와 광고를 통해 이를 알렸습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했다면 브랜드 캠페인의 목적대로 브랜드의 철학이 잘 전해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메세지, 즉 슬로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피부에 안심하고 케어하는 즐거운 경험을 했는가가 중요한 지표였습니다. 이 외 캠페인 이벤트 참여율, 광고 소재의 성과, 발신한 콘텐츠 반응 등을 살펴보며 종합적인 고객 반응을 살폈습니다.
캠페인에 연계된 체험 키트 이벤트를 통해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들의 경우 매우 만족스러운 평을 주었습니다. 건조함으로 고민이 있고, 피부가 예민해 신중하게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기존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제품 이었습니다. 제품의 기획 의도와도 부합했고, 비주얼 발신에 무게를 둔 만큼 패키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더마라는 카테고리와 베이비 라인을 고려한 비주얼로 신규 고객의 유입도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절대적인 참여수가 기대치보다 적었던 점입니다. 비주얼을 통한 감각적인 무드 발신은 성공적이었지만 구체적인 타겟에게 맞춤한 명확하고 직관적인 메세지 전달이 약했을 수도 있습니다. 순한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라는 무드보다는 '안전함', '신뢰할 수 있음'이라는 무드가 익숙했을지 모릅니다. 피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여타 브랜드를 소비했던 이유(후기, 명성 등)와는 다른 요소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명확한 타겟에게, 더욱 명확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캠페인의 목적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한 번의 캠페인으로 고객 인지부터 구매까지 한 번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 있습니다. 명확한 목적을 세워야 방향성을 맞추고 결과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목적에 부합한 캠페인이었다면 지속적인 시도가 가능해지고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전달해야할 것 앞에는 브랜드 철학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철학의 전달이 주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이 공명합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잘 완수했다면 작은 가능성이라도 살펴서 이어나가야 할 방향성을 세워야 합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이 고객에게 정확히 인지되기까지는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할 때 브랜드만의 차별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브랜드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