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단위로 브랜딩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꿈꾸던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 후 1년, 12명이었던 브랜드 팀원 중 8명이 퇴사,
3개월 후 남은 3명이 퇴사하며 결국 혼자 브랜드팀에 남게되었습니다.
팀장님의 퇴사 후, 브랜드를 어떻게든 운영해야 했던 실무자의 생생한 고군분투기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온 브랜딩 적용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브랜드 키워드를 설정하는 것부터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기까지 브랜딩이라는 범주 안에서 브랜드를 정의하고 전하는 여러 일을 진행했습니다. 긴 호흡으로 진행했던 브랜딩 활동들을 한 흐름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브랜딩은 멋지게 보이기 위해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일관성과 진정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논의입니다. 일관성을 위해 브랜드 키워드를 선정하고, 진정성을 위해선 꾸준한 메세지와 액션이 필요합니다.
2. 브랜드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시각적 해석이 가능한 이미지 작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시각적으로 그룹핑해나가면 키워드의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3. 브랜드 키워드 선정이 끝났다면 키워드를 알려야 합니다. 메세지와 비주얼 모두 중요합니다. 영역별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필요하고, 중요도에 따라 브랜딩 매트릭스를 통해 위계를 정해 브랜딩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4. 메세지(비주얼 포함)를 꾸준히 전하고, 회고하기를 반복합니다. 오프라인 팝업, 브랜드 굿즈, SNS 운영, 브랜드 캠페인 등 모든 요소에 브랜드가 일관성있게 메세지를 전하며 브랜드 방향성을 확립해 갑니다.
1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브랜딩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방향성을 바꾼 브랜드 키워드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에게 메시지를 발신하고 SNS 운영, 오프라인 기획, 브랜드 캠페인까지 진행했으니 말이죠. 브랜딩 활동을 이어가면서 큰 흐름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은 잘 확립되어가고 있는지, 고객이 우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차별화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사이클을 시작하는 것이죠.
브랜딩은 여전히 -ing의 활동이기에 고객 반응, 브랜드의 여러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브랜딩 기획을 점검해나가야 합니다. 브랜딩을 진행하며 여러 차례 살펴보았던 책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에서는 브랜딩 기획시 무엇을 경계해야하는지 설명해줍니다. 해당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무작정 유행 따라가기
트렌드는 선점 효과를 갖는 브랜드에게 유리하게 적용됩니다. 남들과 차별화되고 세련되게 풀지 못할 바에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브랜드 차별화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숫자에만 매몰되는 현상
지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숫자 달성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삼는 것은 자칫 일관성 없는 브랜딩 활동을 유도하게 됩니다. 브랜딩에 관한 장기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수치보다 고객 반응을 보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판단하는게 좋습니다.
3. 대표님 말씀 "잘" 듣기
브랜딩은 설득의 일입니다. 최종적으로는 고객을,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의 과정 없이 지시대로만 기획을 끌고 간다면 결국 처음의 목적은 흐려지고 메시지에 일관성을 갖추기도 어려워집니다.
긴 호흡을 갖고 브랜딩을 해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데이터가 넘쳐나고 매일 성과가 나오는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어야 하니깐요. 꼭 주위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몇차례의 시도로 큰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확신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목차와 설계를 짜는 플래너가 아니라 씨앗을 심고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원사, 즉 가드너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브랜드를 가꿀 수도 있겠구나라고 가르쳐준 책 <콘텐츠 가드닝>을 소개합니다.
<콘텐츠 가드닝>에서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는 개념으로의 콘텐츠 창작법을 이야기합니다. 브랜드라는 하나의 큰 콘텐츠를 볼 때 효율, 성과, 설계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금방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모험과 향유, 창작의 세계로 콘텐츠를 바라볼 때 한결 여유있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책에서는 실패 지점에 온 것 같을 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껏 의욕에 차서 기세 좋게 가드닝을 이어가도 실패를 피하기란 어렵다. 아니 오히려 처음에는 실패가 잦을 수밖에 없다. 정원사의 유능함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실패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여러 요소가 고객과 반응하며 일으키는 유기적인 과정입니다. 브랜드 담당자라면 이런 가드너의 마음을 품을 때, 불안보다는 호기심을 안고 브랜드를 키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브랜딩의 지난한 과정을 겪어본 담당자는 자신만이 정의하는 브랜딩 개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저는 브랜딩을 '2인 3각 마라톤'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물론 실상은 28인 29각 정도이겠지만..?)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데 심지어 발이 맞아야 합니다. 잠깐 반짝이고 중간에 멈춘다면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합니다. 호흡을 맞추지 않고 서로의 입장만 중요하게 생각하면 넘어지기 일수입니다. 하지만 함께 발 맞추어 걷는 과정을 즐긴다면 과정 전체가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 마케터(혹은 디렉터)란 브랜딩을 만들어가는 각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사람, 함께 발 맞출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빛나는 씨앗을 가지고, 조화를 만들어가며 각기 고유한 정원을 만들어갈 세상 모든 브랜드 담당자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