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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부 Jun 23. 2020

집 밖은 위험하다!

치킨 티카 마살라 카레

집 밖은 위험하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웬만하면 외식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 밥도 하루 이틀이다.
먹기만 하면 그래도 모르지만, 매일 밥 차려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점심은 유난히 차리기 싫었다.

아이들에게 “뭘 먹고 싶냐?” 물어보니 “닭갈비!”라고 말했다.

난 닭갈비가 안 땡겼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먹고 싶었던 인도 카레를 먹자고 했다.
아이들도 와이프도 못 이긴 듯 “난 상관없어, 인도 카레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집 근처 인도 카레집은 카레 리필이 야박해 뷔페식 인도 카레집이 있는 동탄 메타폴리스로 가기로 했다.


메타폴리스는 A동과 B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카레집은 B동에 있어 당연히 난 B동에 주차를 했다.

인도 카레집은 A동에 있다고 큰딸이 우겼다.

‘동탄에 오랜만에 오니 얘가 헷갈리나 보군!’


5만 원 내기를 했다.
인도 카레집이 언제 A동으로 이사를 갔지?
5만 원 날렸다.

B동에서 A동까지 천천히 걸으면 10분 정도 걸린다.

B동에서 헤맨 탓에 20분이 걸렸다.

하지만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인도 카레 먹을 생각을 하며 즐겁게 걸었다.


5만 원은 날렸지만, 기분 좋게 인도 카레집에 도착!

샐러드 바에서 야채를 조금 담고,
내가 좋아하는 치킨 티카 마살라 카레를 가득 담고,
강황 밥을 듬뿍 담아 자리에 앉았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맛있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금방 바닥을 보였다.
빨리 리필을 해왔다.
한 그릇 가득!

카레는 조그만 카레 종지 가득 담겼다.
손가락에 조금씩 묻었다.


인도 카레는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겠지만, 난 인도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손가락에 카레가 묻는 것이 싫었다.

손가락도 닦아야겠고, 빨리 카레도 먹어야 했다.
‘강황 밥 위에 카레를 붙고 언능 손가락을 닦아야지’

“어? 어~?”
카레 종지가 미끄덩!

접시위에 우당탕!

카레 종지는 사정없이 그리고 정확히 강황 밥 위에 엎어졌고, 한 가득 담겨있던 카레는 강황 밥에 원바운스 해서 입고 있던 셔츠 위에 철퍼덕!

모두 잠깐 동안 일시 정지!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같이 빵! 터졌다.

한참을 웃고 또 웃었다.

내 옷 더러운 건 괜찮은데 식구들은 그런 나를 괜찮아하지 않았다.

어쨌든 차가 B동에 있어 B동까지는 다시 가야 한다.

다행히 아까 오는 길에 통로에서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보았다.

적어도 거기까지는 가야 하는데...

옷이.... 켘

역시 집 밖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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