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지나며 내일을 맞는다.
남들 다 하는 것이고 뭐 특별한 것은 없다. 저녁에 눈을 감고 잠이 오기를 기다렸고, 아침엔 무거운 눈과 몸을 일으킨다. 어제는 그렇게 가고 오늘은 이렇게 왔다. 창가에 햇살이라도 비치니 그나마 눈을 뜰만하다. 마음 같아서는 비 아니면 눈이라도 오면 좋겠지만, 오늘은 해가 뜬다.
2021년 12월 31일
노트의 마지막 장, 너덜너덜해지고 색 바래진 노트의 마지막 장을 채우기 전 삼백예순 하고도 네 장이 남는 헤지고 헤어진 날들을 돌아본다. 바스러질 것 같은 기억을 더듬으며 한 장 한 장 하루를 넘길 때마다 미안함이, 아쉬움이, 고마움이 그리고 부끄러움 많은 뿌듯함 그 뒤를 따라 지나간다.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했던 것들,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들...
그러다 간혹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았던 것들과 해야 할 것을 했던 것들...
하루하루는 그렇게 가만가만 내 어깨를 다독이며 지나갔다.
오늘을 맞았다. 잠시 생각해 본다. ‘그래도 마지막인데 뭘 하면서 오늘을 보내면 좋을까?’
청소기를 꺼내었다. 청소기 전기선을 길게 빼고 전기 연장선 두 개를 연결했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청소기 주둥이가 먼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뭉쳐진 고양이 털이 먼지와 함께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장면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고양이는 도망을 갔다.
오늘은 이렇게 보내면 되겠다.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지난 하루하루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내일이 오면 빳빳한 새 노트의 첫 장을 열자. 새 종이 냄새가 날 것이다. 겉장을 넘기고 첫 장은 비워둔다. 두 번째 장을 넘겨, 쓰기 편하게 노트를 손으로 곧게 편다. 그리고 이렇게 적어 볼까 한다.
2022년 1월 1일
특별할 것 없는 오늘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지나며 내일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