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악하다
거실 창가 책상 옆 귀퉁이에 고양이가 오줌을 쌌다.
"아이, 진짜! x" 감탄사가 절로 난다.
한 손엔 맘스크린백 소형 한 장, 다른 손엔 두루마리 휴지와 물티슈를 들고 왔다.
두루마리 휴지를 오줌 위에 충분히 덮고 비닐봉지를 뒤집어 손에 씌운다.
덮어둔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 닦아낸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다시 뒤집으면 손에 묻지 않는다.
그리고 물티슈 두장으로 바닥을 박박 닦아 낸다.
그런 후 물티슈 한 장을 다시 꺼내어 바닥을 박박박 닦아 낸다.
그래도 또 모르니 물티슈 한 장을 또다시 꺼내어 바닥을 박박박박 닦아 낸다.
그리고 대단한 각오를 한다.
물티슈 냄새를 슬쩍 맡아본다.
운이 좋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럼, 비닐봉지를 꼭 눌러 공기를 뺀 후 봉지를 휙 돌려 주둥이를 쫌 맨 후 쓰레기 통에 버린다.
운이 좋으면 이틀에 한번, 운이 나쁘면 하루에 한번, 내가 전생에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른 날이면 하루에 두번 치운다.
세 마리 중 삼색 암놈 고양이가 이 짓을 한다.
분명 전생에 나에게 엄청난 해코지를 당했음이 틀림없다.
누런 숫놈 고양이는 현관에 똥을 싼다.
비닐봉지를 손에 뒤집어쓰고 똥을 줍는다.
두루마리 휴지로 닦아내고 물티슈로 두세 번 닦아낸다.
냄새는 맡지 않는다.
흰 숫놈 고양이는 어려서 그런지 새로 장만한 팬시한 자동화장실을 잘 이용한다.
그래도 수틀리는 날이면 엉덩이를 화장실 밖으로 빼고 똥을 눈다.
고양이는 사악하다.
귀여운 표정과 사랑스런 행동에 속지 말자.
정신차려!
고양이들은 사악하다. 정말 사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