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25
어느 날,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합치면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속 그림책 선정을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연결 지어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삶의 레시피」 열다섯 번째 글 '나만의 루틴'과 함께 책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구석'이라는 단어는 외진 느낌과 어두운 이미지가 기본값처럼 따라붙는다. 기본값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여기에 '나의'라는 수식이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무채색의 배경에서 온기를 띤 나만의 무대로 탈바꿈된다.
마음에 탁, 하고 전구 하나가 켜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림책 『나의 구석』은 제목, 판형, 주인공 까마귀, 까마귀의 구석까지.. 모든 게 너무나 사랑스럽다. 특히나 '구석'이라는 테마를 책이 너무나 잘 살리고 있다.
조금 아쉬운 건,
처음에 아무것도 없는 구석에서 까마귀가 쪼그려 앉아 있거나 물구나무서 있는 모습이 책 틈으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의 양 날개를 바짝 당기지 않으면 까마귀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이런 책이라면 실제본을 했어야 맞지 않을까요, 웅진 주니어?"
책을 펼칠 때마다 그 점이 몹시나 아쉽다.
책이 많이 많이 팔려서 다음 판 발행 때는 까마귀의 모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본되기를..!!
그러한 주변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마귀는 하나하나 자신의 물건과 이야기로 구석을 채워간다. 그 하찮은 다리가 낑낑거리며, 종종거리며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난다.
침대부터 시작해서 책, 가구, 러그, 스탠드까지..
살림살이를 차곡차곡 들여놓던 까마귀는 한아름 되는 화분을 하나 들여놓는다. 그리고는 화분을 향해 처음 말을 꺼낸다.
안녕?
살아있는 건 살아있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화분 옆에 앉아 책을 읽고, 물도 주고, 잎에 얼굴과 손을 포갠 채 잠이 든다.
까마귀는 곰곰 생각한다.
뭐가 더 필요할까?
살아있는 건 살아있는 것을 챙긴다.
까마귀는 샛노란 크레용으로 벽을 정성스레 칠하기 시작한다. 노동요까지 틀어놓고 다양한 무늬를 벽에 아로새긴다. 어느덧 벽은 까마귀가 입힌 색으로 가득하다.
벽은 온통 노란빛을 띠는 것이 거대한 성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진짜 빛은 아니다.
결국 까마귀는 전기 드릴을 들고 벽을 뚫는다.
창을 내어 진짜 빛을,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하기 위해..
살아있는 건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삶의 레시피」 '나만의 루틴'에서 나는 '찢멍'을 이야기했는데, 우리의 까마귀는 시원하게 벽을 뚫어 창을 내버린다. 애정하는 일에 애정하는 상대에 집중하다 보면, 하나씩 둘씩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이런 선한 욕심, 건강한 욕심은 권장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구석은, 우리의 세상은 더 큰 지도를 그리게 된다.
이렇게..
안녕?
Book. 『나의 구석』, 조오 글 · 그림, 웅진주니어, 2020.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