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26
어느 날,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합치면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속 그림책 선정을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연결 지어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결은 「삶의 레시피」 열여섯 번째 글 '리틀 빅 해삐'입니다.
'마음에 구멍이 났다'는 관용구는 종종 쓰인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구멍을 낸 것은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김유강 작가의 그림책 『마음여행』을 처음 봤을 때, 구멍 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을 보고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었더랬다.
너무나 흔한 표현인데, 누구나 생각해 보았음직한 상황인데, 막상 구현해 낸 적이 없는 것을 실행에 옮겨놨을 때 그 익숙한 신선함에 헉, 하고 놀라게 된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구멍 난 마음을 표현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이 작품이 그 첫 번째다.
(당사자에게는 사뭇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마음에 구멍이 난 이 자그마한 친구의 모습은 이리 보아도,
또 저리 보아도 너무나 귀엽다.
그렇다고 마음을 잃어버린 이 친구의 고민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밝고 건강하게 고민에 다가설 수 있도록.....
삶 속에서 익숙한 소재를 끌어온 것도 좋았지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스토리를 유쾌하고 진정하게 풀어낸 작가의 태도가 너무나 좋았다.
보통은 책을 볼 때 작품 속 인물에 집중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간혹 주인공을 통해 작가를 상상해 보곤 하는데, 이 책을 읽고는 그냥 사람 '김유강'이 궁금해졌다.
이런 건강하고 따뜻한 애티튜드를 장착한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너무나 익숙한 아이템과 포맷을 가지고 지루하지 않게 독자를 끌고 나가는 힘을 지닌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사람 '김유강'에 대한 순수하고도 진지한 호기심이 발동했더랬다.
'오올'이라는 1인 출판사 이름도 썩 마음에 들었다.
<코코몽>, <뽀로로>, <로보카 폴리>, <라바> 등에 참여했다는 이력을 보면, 그의 발자취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시작된 건 아닌 것 같다.
『마음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해야 한다면,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노란색'의 이 책 안쪽 표지(inner cover)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딱, 그런 느낌의 그림책이다.
너무 쨍하지도 탁하지도 않은, 너무 가볍지도 어둡지도 않은 알맞은 노란색 같은 책이다.
『색이름352』를 찬찬히 살펴봤지만, 애석하게도 닮은 색을 찾진 못했다.
내가 본 느낌이 화면에 그대로 담길 수는 없겠지만..
여러 차례 촬영 끝에 가장 흡사한 느낌의 컷으로..
어떨 땐, 꽉 막힌 해피엔딩보다 탁 트인 열린 결말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마음여행』이 바로 그런 적절한 예가 될 듯하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모두 여행자니까, 열린 결말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를..!
'작지만 큰 기쁨이들'을 찾으며..^^
Book. 『마음여행』, 김유강 글 · 그림, 오올, 2020.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