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하나 털어내듯
# 120일이면 꼬박 넉 달
오랜만에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그간 알람이 뜨는 경우의 대부분은 공모전 광고였고, 아주 가끔 '000님이 라이킷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내가 좋아요를 누른 글의 작가님이 인지상정으로 들러 선심을 써준 경우다).
전자는 나와 무관하게 여겨졌고, 후자는 살짝 낯이 뜨거워졌다. 뭐 그정도의 의미였던 브런치 알람...
무심하거나 무안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예상하고 대수롭잖게 알림창을 열었는데, 하마터면 개인톡인 줄 오해할 뻔했다. 나의 근황이 정말이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고민 끝에 보내온 톡인 양,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알림이었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 (눈물 이모티콘)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웃음 이모티콘)
그러니까 120일이 지나도록 브런치에 새 글을 발행하지 않으면 이런 자동알림을 받게 된다. 내가 글쓰기를 멈춘 시간이 120일, 꼬박 넉 달이 흘렀구나...라는 자각과 함께 조금 안도했던 것 같다. '브런치 작가 신분을 박탈합니다.'라는 알림이 아닌 것에.
120일을 흘려보내는 동안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올리지 않는 사람은 작가 신분을 박탈한다거나,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거쳐 '브런치 작가답지 못한 사람'을 추려낸다든가 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만약 그런 체계였다면 나는 진작 퇴출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너그러운 브런치는 자격을 박탈하기는커녕 내 안부를 묻고 내가 마침내 무언가를 끄적일 수 있도록 자동알림까지 걸어두었다.
그동안 줄곧 글쓰기를 피해온 이유를 곱씹어보니, 공개하는 글쓰기에 대한 여전한 반감과 쓰려는 소재가 그럴듯한 결론으로 향해가야 한다는 강박을 마주하게 된다. 글쓰기와 담을 쌓고 120일이나 지나고 보니 '누가 대단한 관심을 갖고 보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회복되어 다시금 브런치에 글을 올릴 무모한 용기가 생긴다. 그럴듯한 결론에 대한 강박은 '먼지'라는 프레임을 이용해 타개해 본다. 의미 따위 찾지 말고 가볍게 쓰는 것으로 이렇게, 먼지 하나 털어내듯 그냥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