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육관은 OOO이다.
'학부모리더교육'에서 던져준 화두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_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_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_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텍쥐페리)
나의 양육관은 자율성 존중이다.
(이같은 이상의 저변에는)
아이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잘했으면 좋겠고
아이가 알아서 꿈을 꾸었으면 좋겠고
아이가 알아서 자기 삶의 행복을 찾아가면 좋겠다...
(라는 더없이 큰 기대가 도사리고 있다.)
아이가 알아서 잘해나간다면 나의 이상적인 양육관은 자연스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굳이 아이에게 이 길로 가, 저 길로 가, 왈가왈부하며 내 소망을 아이에게 짐 지울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한다면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기본적인 마음이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는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해서 사교육은 피아노가 전부, 왜 때문에 생긴지도 모르겠는 학원 거부증 때문에 영어학원 수학학원 보낼 엄두는 내지도 못한다.)
나름대로 바람직한 부모가 되기 위해 양육관도 고민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마음을 잔뜩 준비하고 기다리지만, 정작 존중의 대상인 ‘아이의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할 일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가르침은 몇 년째 뻔한 잔소리에 머물고 있으며, 꿈은 유튜버(놀면서 돈버는 줄 착각 중), 대학은 가기 싫다(선택사항인 줄 착각 중), 엄마 옆집에 살거다(미우새에서 엄마집에 기생하는 오민석처럼 살면 좋은 줄 착각 중) 따위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저놈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건지 혼란스럽다. 분명한 건, 내가 기대하는 자율성과 아이가 보여주는 자율성은 마치 동명이인처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우리 집에서 아이의 행태는 ‘자율성’이라는 고매한 단어로 정의되기보다 ‘제멋대로’라는 수식어로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제멋대로 시간을 쓰는 아이에게 자꾸 성실을 강조하게 되고, 제멋대로 하는 생각들에 꼰대다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며, 제멋대로 상상할 때 자꾸 범위를 제한하는 나를 본다. 뻔히 보이는 실수투성이 결과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정마다 개입하는 나라는 걸 안다. 배를 만드는 과업을 아이가 잘 수행하도록, 목재도 좋은 것으로 준비해주고 설명서도 꼼꼼히 함께 읽고 조금이라도 비틀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 그것이 아이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 그러고 있는 나다. 그래야 내 불안이 가라앉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엄마로서 역할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배를 신나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대신 ‘바다에 대한 비젼’을 심어주면 된다....지만 그조차도 엄마의 몫으로 귀결되는 건 이래저래 참 부담스럽다. 학창시절의 나는 비젼을 가져본 적도, 꿈꿔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꿈이 없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눈치 주는 세상에서 꿈이 없는 게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내 안에 다른 결론이 생긴다. 나는 배를 만들어야 하면 그냥 성실하게 멋지게 잘 만들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사람이지, ‘끝없이 펼쳐진 바다’라는 상상력을 동력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 덕분이다.
비젼으로 시작해서 비젼으로 끝맺으려 했는데, 쓰고 보니, 처음 의도와 무관하게도 그동안 내가 ‘꿈’이라는 단어에 가졌던 미련을 털어내는 글이 되었다. 그리고 앞서 구구절절 읊은 것들과 다르게, 우리 아이가 자율적으로 잘 해냈으면 하는 것, 그건 바로 ‘나 자신을 잘 알아가는 것’이었으면 한다.
‘제 멋대로’
가장 너답게 자라는 것.
그것이 엄마의 소박한? 바람이다.
늘 말과 행동이 따로국밥인 게 문제지만...(말이라도 그렇다는 게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