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정리정돈人이라 자부한다. 먹고 난 자리는 바로 치우는 편이고,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화장실은 더 깨끗해져 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데는 1분도 안 걸리니 당연히 미루지 않고, 깨끗하게 쓴 물티슈는 한번 헹궈서, 물기를 머금은 김에 곳곳에 쌓인 먼지를 닦는다.
차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정리된 공간에서 말끔한 마음상태로 즐기고 싶다. 그러니 정리정돈은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다. 정돈된 상태를 좋아하는 거지 정리정돈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겠다. 정돈된 상태를 얻기 위해 정리정돈의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지극히 당연한 이치로, 다른 사람이 어지른 것까지 떠안아야 할 때는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그럴 땐 내가 '더' 원하는 것을 새로 설정하는 게 답이다.
나는 집이 말끔한 것보다, 마음이 말끔하기를 '더' 원한다.
정리정돈은 차치하고 최애 라디오를 들으며 믹스커피 한 봉을 뜯는다. 에너지를 확 끌어올려주는 당과 함께 마음이 급속 충전된다. 요즘은 오히려정돈된 상태를 갈망하지 않는 느슨함을즐긴다.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기꺼이 생기면 모를까, 억지로는 만들어내지 않으려 한다.
‘세상에나, 집이 이 지경인데 그렇게나 거리낌 없이 같이 오자고 한 거야?’
그토록 지저분한 남의 집은 본 적이 없다.
내 생에 가장 더러웠던 남의 집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큰 충격이었는데, 반대로 내 생애 가장 깨끗했던 남의 집은 오히려 더 큰 충격이었다. 두 가지의 큰 충격을 가늠하며 역지사지한 끝에 깨우친 바를 <혼돈과 정돈에 대하여>라는 글에 담아 썼다. '내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자문자답이다.당신의 대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