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내 편을 늘리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사를 조금 수월하게 만드는 생활 가전 제품들이 든든한 내 편이라는 뻔한 이야기다. 남편이 내 편인것보다 훨씬 유용하고 효율적이다.
회사에서 해마다 복지 포인트가 지급됐고, 그것을 이용해 몇 년에 걸쳐 하나하나 내 편을 늘려갔다는 뻔한 이야기다. 남편이 내 편이 아니었으면 그마저도 다른 데 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뻔한 이야기를 빤히 들여다보면 재미없는 소재로도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
<포인트로 실현하는 부엌 복지>와 <부엌 복지를 실현하는 참 소비>는 당차게 고백한 이 한 문장을 가장 잘 뒷받침해주는 꼭지가 아닐까 싶다. 쓸쓸하고 고독하며 서럽고 눈물나는 이야기를 '웃음'으로 승화하고 '글'로 탄생시켰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
나는 좀 미련곰탱이같은 구석이 있다. 대놓고 물어보기엔 좀 창피하고 멋쩍으니, 상대방의 의중을 넘겨짚을 때가 많다.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먼저 나서서 식기세척기를 구매하자던 남편의 뜻은, 아내가 '짐작'했을 때 참으로 갸륵하고 고마운 것이었다. 미련곰탱이같은 구석이 있는 나는 그 마음을 100배 뻥튀기로 받고말았다. 100배 뻥튀기가 들로 산으로 낭자하게 흩어지며 미친X이 꽃을 달고 등장하는 장면은지금 왜 생각나는 거지? 그녀는 그렇게나 행복한 웃음을 지었는데...그랬는데...
전UP주부의 반복되는 일상 속 평범함에서 유의미한 웃음을 캐내며 수다하듯 써나갔다.
부엌 복지 시리즈는개인적인 푸념에서 집단적인 시각으로까지 뻗어나갔다.오래전 에피소드인데도 꺼낼 때마다 쓸만한 글감이 되어주니, 남편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