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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UP주부 Mar 03. 2023

나의 재발견일지

전UP주부라 육꿈합니다


덕선: 난 꿈이 없어 아빠. 한심하지? 나 진짜 멍청한가봐..
동일: 멍청하긴 뭣이 멍청하대. 아 꿈은 시방 가지면 되지~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와 아빠의 대화 장면을 보며 왜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나도 덕선이처럼, '꿈이 없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창피해하며 살았다. 직업이 없는 것보다 꿈이 없다는 사실이 날 더 작게 만들었다. 장장 6개월에 걸쳐 진로 교육 길잡이 과정(서울시 학부모지원센터에서 학부모 역량 강화를 위해 개설한 교육과정 중 하나)을 수료한 이유도 남모를 치부로부터 벗어나 해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물섬을 찾아 유랑한 시간을 지나온 뒤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런걸 부끄러워했지? 되려 의아해진다. '꿈 그까짓거 있음 좋고 없음 말지!'라는 생각이 너무나 분명히 자리잡은 것이다. (쓰면서도 놀란다. 아니 이렇게 큰 변화가!)


육꿈 운운하면서 꿈 그까짓거라니,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 같지만. '꿈 그까짓거'가 되었으니 창피할 것 없이 그저 자신있게 '육꿈' 어쩌고를 외치게 된 것이라면 오해가 좀 풀릴지 모르겠다. 꿈이 대단한 거여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언급해야하는 그런 게 아니라, 심심해서 궁금해서 그냥 하는 이것 저것이 다 육꿈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꿈이라는 게 '작정하고 찾아나서고, 좇으려고 애쓴다고' 손에 잡히는 게 아닌 것 같다. '꿈'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면, '욕구'라는 단어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나 역시 '진짜 욕구'를 묻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꿈따위 없다고 기죽지 말자!!!


교육 과정의 알찬 커리큘럼을 통해 깨달은 바와 쪽팔린 바를 버무려 <아빠는 회사원이 싫다고 하셨어>를 썼다. 갑자기 왜 아빠가 등장하냐고? 언제인가부터, 어쩌면 남편이 나보다 더, 지나온 길에 미련과 결핍을 가득 안고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진로를 펼치기엔 여러모로 여의치 않았던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입장에서, 또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 지원해야 할 동역자로서, 아빠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 그리고 부모로서의 교집합을 떠올려보았다.



여태껏 MBTI 강의를 여러 번 들어봤다. 들어도 까먹고 늘 새롭긴 해도 어느정도 피로감이 쌓인  사실이다. 하지만 진로 교육 길잡이 과정의 명강사님께 들었던 이번 강의는 레전드였다.


J(판단형) 기질의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판단해서 신속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한다면, P(인식형) 기질의 사람들은 유입되는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면서 마지막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측면이 있다. J의 강점이 결정력과 계획성이라면, P의 강점은 수용력과 융통성인 것이다.



나는야 뼛속부터 P인 사람. 작년에 정수기 재계약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장기 렌탈 고객에게는 재계약 시 우대사항이 적용됐는데, 계약하는 에 따라 세부 혜택이 달라졌다. 9월부터 안내 전화를 받았는데 다음달 다다음달 혜택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 '정보 부족'이라는 고등이 울리는 상태에서 선뜻 결정하지 못할 밖에. 매월 우대사항을 체크하며 마지노선까지 결정을 유보하다가, 12월 혜택이 가장 유리한 조건이란 판단을 내리고서야 재계약할 수 있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렇다. 결정하기까지의 방식이 다를 뿐, P도 나름의 계획이 있다. ‘여행 갈 때 칫솔 하나만 달랑 들고 가는 무계획주의자’로 폄훼하는 시선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P의 존재록적 극 강점을 달달달 외우고 다녀야지! MBTI는 기질마다 강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이 여러 모로 보탬이 된다.    



아들의 것은 이래저래 짐작만 하다 말았다는 글감은 <아들의 MBTI는 오리무중>이란 제목을 남겼. 엄마의 촉으로 짐작되는 유형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단정'하고 싶지 않다! 아들이 나와 결이 비슷한 F(감정형)이길 간절히 바라건만, 아빠쪽인 T(사고형) 계열로 점점 본색이 드러나는 것을 끝끝내 '부정'하고 싶은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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