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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Jan 01. 2021

아빠의 광고

전단지를 오랜만에 봤다. 요즘은 크고 작은 가게들 거의 다 배달 앱을 쓰니 언제부턴가 집 문고리에 걸려있던 전단지 책도 안 보이는 것 같고. 전단지는 가장 손쉬운 광고 수단일 것이다. 판매 품목이 피자, 자장면 같은 '평범한' 것이거나 그걸 파는 곳이 규모가 작거나 하면 더욱 더.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쯤인가, 그때부터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내내 대구의 서부정류장 근처에서 건강원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도 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건강원의 이름은 '성심'이었다.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시설인 '성심병원'에서 따왔다.


건강원은 과일이나 고기 같은 재료로 즙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이미 완성된 즙을 냉장고에 넣고 주스처럼 파는 곳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박스 단위로 개별 판매하는 곳이다. 생각해보면, 장사가 잘 되기가 애초에 어렵지 않았나 싶다. 지나던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배즙 2박스만 주문할게요" 같은 말을 할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지.


아빠는 가게 문을 열고도 하루종일 아무 일 없이 있다 오는 날이 더 많았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땐 주변 형제들에게 연락해, 무슨 즙 좀 살 사람 없는지 묻고는 했다. 그럼 고모나 삼촌이 지인에게 부탁하고 아빠에게 주문을 넣어주는 식이었다. 당시 아빠가 알고 있던 그리고 할 수 있던 광고 방법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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