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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더 Apr 19. 2023

프리랜서가 되니까 보이는 것들

나의 첫 갭이어 프로젝트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낸 지 1달 반이 훌쩍 지났다. 시간을 내 의지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내 정체성이 반 백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은 9-6 회사 노예의 루틴이 몸에서 잘 벗겨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을 내 의지대로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간 나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어 나를 돌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서야 삶과 일의 균형이 맞춰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과로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몸을 인지하기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나의 올해 1순위는 체력 관리와 건강이었다. 작년을 계속 경주마처럼 보낸 탓에, 말 그대로 저질체력이 되어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땐 퇴근 후 운동은커녕 약속도 잡을 수 없는 체력 수준이었다. 출퇴근만 해도 집에 오면 기절 직전이었고, 주말엔 10-12시간씩 남편의 빵집에서 투잡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했었다. 더 최악의 상황에 치닫기 전에 보통 수준의 체력으로 빨리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체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엔 ‘자세’와 ‘피부’도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나를 찍는 일이 많아졌는데, 거북목과 굽은 등이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라는 걸 이제야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었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니까. 그렇게 내 자세의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거울로 내 얼굴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간 보이지 않았던 내 인상, 표정, 주름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도 좀 더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애쓰게 되었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내 표정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지를 생각해 행동하게 됐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아침을 알차게 보내기


사람을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으로 분류하자면, 나는 올빼미형 인간에 속한다. 아침보다는 밤-새벽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걸 더 선호했고, 집중도 더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런데 백수, 아니 프리랜서가 되고부터는 그런 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다. 회사라는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선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과 시간 관리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해진 일정이 시간표처럼 짜여져 있지 않은 삶은 내가 주체적으로 생활 패턴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생활해야만 일상이 좀 더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아점을 먹고 나서부터 오후에 일을 시작하는 날엔 어김없이 하루를 마감할 때쯤 너무 게으르게 사는 것 같다는 죄책감만 커져갔다.


신기하게도 회사를 나오니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의 질’에 대한 고민이 더 커져갔다.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게 곧 삶의 만족감과 일에 대한 효율성을 높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엔 내 삶에서 루틴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어떻게 보면, 지금껏 읽어온 자기계발서의 메세지를 이제야 제대로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이제 하루를 잘 살아야 일주일이 촘촘해지고,
그렇게 한 달이 채워지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커진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의 아침 일과는 이렇다.

8시쯤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를 한다.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신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서 인터벌 달리기를 한다. (런데이 앱을 이용 중인데, 지치지 않고 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달리기 후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면, 근력 운동을 추가로 더 한 후 귀가한다.

씻고 건강한 식단으로 밥을 먹고 일을 시작한다.  


아침 운동만큼 하루의 시작을 활기차게 해주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당분간은 계속 이 루틴을 유지할 것 같다.



죄책감 없이 쉬기


퇴사 후 한 달 반이 지났는데, 그사이 세 번 정도 아팠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 감기, 몸살 등으로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1주일씩 아팠고, 그럴 때마다 루틴이 깨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컨디션이 저조하면 어쩔 수 없이 먹고 자기만 하는데, 조급한 마음과 죄책감 없이 온전히 쉬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외주 일을 무리해서 받지 않고 있다. 적당히 일하며 내 콘텐츠를 쌓아가고 대신 인풋을 많이 흡수하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결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프리랜서들처럼, 일이 없을 때의 불안감이 자주 찾아온다. 특히 일이 일시적으로 없는 텀이 올 때마다, 일감을 찾아 더 공격적으로 나서서 나를 어필하고 일을 따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진다. 회사를 나오니, 일이 없을 때마다 자신감을 잃기가 너무 쉽다. 일은 곧 돈이자 생산성을 뜻하기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유의미하게 생산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커진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다면, 죄책감 없이 쉬며 나를 돌보는 데도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시간은 자주 찾아올 테니 말이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를 탓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나를 돌보려고 노력한다. 비생산적인 취미 활동도 해보고, 일과 크게 상관없는 책도 읽고, 새로운 관심사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일이 없어도, 계속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운동을 하는 오전의 루틴은 지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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