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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Feb 21. 2020

우산을 사면 비가 그치는 이유

내게만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 '머피의 법칙'.


이 말의 유래는 1949년 미국의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서 일하던 머피 대위가 처음 사용한 말로 알려져 있다. 어떤 실험에서 번번이 실패한 머피는 그 원인을 무척 사소한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때 머피는 ‘어떤 일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누군가는 꼭 그 방법을 사용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안 좋은 일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꼬이기만 할 때 ‘머피의 법칙’이란 말을 쓰게 됐다.



퇴근을 앞둔 금요일의 오후, 아니 저녁 즈음. 아침에 날씨가 맑았던 터라 가방엔 우산이 없다. 그렇다고 가는 에 우산을 사면 비가 그친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 또다시 비가 쏟아진다. 아끼던 신발과 바지가 비에 흠뻑 젖고서야 겨우 집에 도착하면 비가 그친다.


세상을 비관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말이다.

왜 하필, 왜 이제야, 왜 나에게만?


하지만 내게 벌어졌던 사건이 타인에게 일어나지 않았음은, 과거에 나를 교묘하게 피해 갔던 '머피의 법칙'을 인지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음을 뜻하기도 한다. 즉,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법칙인 셈이다. 비 오는 날 신호등 앞의 물 웅덩이에 차량 바퀴가 세게 지나간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 앞에 서 있던 누군가가 대신 맞아준다면 내게는 억세게 운수 좋은 날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 쪽면에만 버터 바른 식빵을 잘못 건드려 식탁 아래로 떨어트려 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는 왜! 또! 하필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에 고꾸라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뉴턴의 법칙, 케플러의 법칙과 같이 완전한 과학 원리로 이를 분석해 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식탁의 높이, 빵의 크기, 중력의 세기, 버터가 발려있는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우리의 예상(그날의 행운이나 운명 등)과 달랐다. 버터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하는 것은 재수 없는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되게끔 결정되어 있는 필연이었다.

그런 날이 있다. 하루의 모든 것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긋나고 궤도를 이탈하는, 아주 정신 사나운 날. 슬프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그런 날에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내가 미처 알지 못했을뿐, 내게도 행운만이 가득했던 날들이 수없이 지나왔을 거라고. 오늘의 아쉬웠던 이 결과와 사건들이 재수 없는 우연이 아니라 다른 행운을 위해 설정된 필연적인 조건일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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