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界

by 산연랑


기억해야할 것만 같은 순간

명중하지 못해도 과녁을 응시해야 하는 것

좁디 좁은 골목에서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숨구멍은 작아지지 않을 거란 걸 알아

강물 위로 바람이 흐른다 작은 잎새에 귀를 기울여야지

가닿을 수 없는 명제(命題)는 마음이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보다 더 붙어있는 것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만 되면 빛이 일렁거려

버석한 땅 아래로 발자국이 뛰논다 너의 목소리를 그려야지

고개를 넘어가는 이의 뒷모습이 울적해보인다

오래전에 들려준 옛날 이야기는 어느새 막을 내렸고


미끄럼틀을 탄다 오르락 내리락

착지가 두려워 무릎을 구부려 당겼다

몸에 힘을 주면 이상하게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진흙이 묻은 손바닥으로 다시 기어 올랐다


꿈에 우리가 만났어

나는 너에게 좋아하는 모래가 무엇이냐 물었지

너는 대답을 하는 대신 발자국을 남겼고

아주 먼 동산을 향해 앞발을 뻗었어

소란스럽지 않은 자세 때문이었을까

나는 크게 소리내 웃었고 결심했지

돌아올 곳을 담아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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