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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Jul 09. 2024

반갑다 새 살림


내 방식대로의 미니멀


오래된 폴더매트를 드디어 버렸다

콩콩 소리가 소음이 되어 방해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계속 미루었던 일


커버도 이미 낡을 대로 낡았다지만

쿠션 탄력 기능이 떨어져 눌린 자리

회복이 더딘 것을 보고서야 수명이

끝났음을 알고 후련하게 폐기했다


우리 아이들 걸음마 시절부터 지금껏

그 자리에 앉아서 누워서 넘어지면서

푹신하게 안전하게 잘 놀고 잘 컸다


새하얗고 값도 꽤 나갔던 매트가

그간 식구들 무게를 받아내느라

늘어지고 색이 바래 누렇게 변했다


쓰던 물건이 한순간에 버려질 때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치면 안 된다

아무리 흔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그 덕분에 잘 지냈다면

그것이 꼭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좋은 마음으로 헤어지는 게 맞다


테이핑으로 가지런히 모아주고

스티커도 한가운데 예쁘게 붙여

홀가분하게 인사했다


잘 쓰고 잘 버리는 건

바로 이런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새 물건을 들였다


두툼한 매트 대신

물세탁이 가능한 러그를 깔았다

가벼우면서 밀리지 않고 적당히

도톰하면서 마감 처리도 깨끗하다


거실이 한결 가볍고 깔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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