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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상 2년, 그게 돈이 됩니까?

by 어거스트


꽃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모아 더 큰 배움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게 벌써 10여 년 전이다. 오랜 시간 힘들게 준비했고 마침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열흘간의 네덜란드행. 젊음 열정 즐거움이 빠짐없이 있던 그때, 생각해 보면 참 거침이 없었다. 그 시간에는 나의 치열했던 20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마치 지금의 나에게 그때의 내가 미리 웃어주는 듯 다시 꺼낸 추억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첫아이 출산하고 젖먹이를 돌보면서도 꽃 공부를 놓지 않았다. 눈 비벼가며 학명을 외우고 시간 쪼개가며 작품을 만들고 교지를 썼다. 어찌 보면 첫 시험 보다 백 배는 더 힘들었던 때였다. 마음만 먹으면 그때처럼 내 몸 하나 거뜬히 불태울 수 있건만 엄마가 되고 보니 무엇 하나 쉽지가 않았다. 나는 이미 나만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한동안 뜨겁게 달리기를 하다 어느 순간 멈춰있는 현실의 나를 보았다.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 공허하고 안쓰러웠다. 변화된 삶을 원했고 내 인생 내 시간을 살고 싶었다.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나를 위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작게나마 해내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나를 대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삐뚤고 구멍 난 마음을 원래대로 예쁘게 다듬고 싶었다.



2021년 7월, 나는 다시 나를 챙기면서 살기로 결심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챙겼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습관을 만드는 훈련의 시작이었다. 목표가 필요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목표.


시니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모바일 디지털 튜터, 기후위기 대응 환경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그린플루언서,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 옳은 일에 힘을 보탤 수 있는 ESG인플루언서 자격증 취득.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공부하는 새벽기상 모임 '섬세한습관514챌린지' 리더, 매일의 습관이 내가 됨을 기록하는 에세이스트 '브런치 작가' 선정.



그렇게 나의 세상에서 나름 고군분투했던 2년.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차근차근 내 활동 영역을 키워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고민하고 꿈만 꾸는 삶이 아닌 진짜 내 인생을 찾기 위한 방향을 틀고 있었다.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새로운 걸 시도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한 번씩 입을 댔다. '그건 공부해서 뭐 하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실속 있는 걸 해. 그런 취미 생활은 어릴 때나 하는 거고...' 어색하게 미소 지을 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장 돈을 벌고 결과물이 있어야만 변화이고 성공이란 말인가. 빈 그릇을 채우려면 물을 긷고 나르고 붓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도중에 새어 나가고 쏟아지더라도 말이다. 하물며 지성이 있는 한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그 노력들이 어찌 쓸모없는 시도라 할 수 있을까. 연습 삼아 살고 취미로 사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리 쉽게 입대지 말자.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자신에게 보이는 만큼만 보면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 기준에서 나는 성공적으로 변화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 습관이다. 예전의 나는 책을 읽는 일이 마치 숙제처럼 느껴졌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즐겁지도 않은데 억지로 보아야 하는 불편하고 어려운 상대였다. 이야기가 있는 소설 위주로 골라 읽거나 그나마도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책은 앞서 배우고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귀한 조언서다. 지식과 지혜를 잘 정리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값진 안내서다. 나는 그 혜택을 크게 누리지 않았고 그 가치를 알지도 못한 채 살아온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책을 읽으면서 항상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해야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내 문제를 풀어보자 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나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함께 누적이 되는 것이다.



올해 초 나는 한 가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매일 100페이지씩 책을 읽고 부족하더라도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쓰겠다는 다짐이다. 마침 지역에서 주최하는 독서대회가 열렸다. 목표를 달성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아이는 하교 후 해야 하는 공부를 끝내고 서둘러 책을 집어 든다. 읽고 고민하고 글을 쓰느라 바쁘다. 주말이면 다양한 책을 고르고 빌리느라 도서관 문턱이 닳을 정도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식상한 말은 이만 넣어두겠다. 아이의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 엄마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 시작으로 인한 작은 변화가 나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매일 지켜보던 아이도 함께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만든 것이다. 지금 70% 완주한 상태이고 아이는 나보다 조금 더 앞서있다. 언제부터 서로가 라이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으스대며 나를 응원하는 딸이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뭘 그리 이것저것 하려고 그래? 애 키우다 나이만 먹지 어서 네 일을 찾아봐 다른데 괜한 시간 쓰지 말고...' 주변의 누군가가 또 입을 댈지도 모른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뭘 그리 계속해보려고 한다. 여러 우물 꾸준히 파서 가능성을 키워야지. 얕고 넓게라도 말이다. 자신이 살면서 어디까지 클 수 있나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당신은 오늘 하루 뭘 하셨는지 되묻고 싶다. 아니면 대꾸하지 말고 확 물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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