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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감 Jan 27. 2022

열여섯 번째 수필

여름을 추억하며 - 21.09

7월의 무더위가 꿈처럼 아득하다. 몸을 감싸던 습기와 아스팔트를 달구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미처 넘기지 못한 달력만이 7월에 머무르며 여름을 추억하고 있었다.


해가 떠있을 때는 적당한 온도의 햇볕이 기분 좋게 도시에 스며든다.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지고 나면 그를 대신하듯 서늘한 북풍이 건물 사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묵혀둔 긴팔들을 꺼내야겠다. 꾸깃꾸깃 접혀있는 것들은 다려 입어야지.


부엌과 이어진 베란다에는 탁 트인 창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면 창 너머로 우두커니 솟아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색까지 해서 그럴싸하게 외형을 갖춘 것도 있는 반면, 층을 쌓는 것만 끝내서 여전히 칙칙한 회색빛인 것도 있었다. 이들이 들어서기 전까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녀석은 자신보다 커다란 상대의 등장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한 블록 옆의 보험사 건물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히 관망할 뿐이고,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랗고 네모반듯한 백화점은 이쪽 사정에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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