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상징, 남겨진 생명

by 이음하나

평화의 상징 비둘기
어쩌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을까

절뚝대는 비둘기 한 마리는
한쪽발이 잘려나가 다리 끝이
땅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러운 듯했다.

두 다리가 멀쩡한 동료 비둘기는 앞장서서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찾고
그 뒤를 열심히 쫓아 가보지만
다리가 아픈 듯 걷다 쉬다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얼마 전에 아파트 카페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지 말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먹이를 주면 몰려들어 배설물로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는 내용이다.

어쩐지 갑작스레 동네에 비둘기가 많아진 기분이었는데 먹이를 주니 그랬나 보다.

인간의 기쁨을 위해 방사되었다가
또 인간의 미움을 사게 되어 밥을 굶게 생겼으니
딱하기 짝이 없다.


절뚝이는 다리를 질질 끌며
먹을 것을 찾아 애쓰는 그 비둘기가
유난히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에게는 해롭고
누군가에게는 귀찮고
누군가에게는 혐오라고 불리는 존재라도

비둘기에게는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한 ‘삶’이 있을 뿐인데.

그 작은 생명이
오늘도 살아보겠다고
절뚝대며 걸어가는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평화의 상징도,
천덕꾸러기도,
사실은 같은 생명이라는 것을.

그저 누군가의 기준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을.

가장 해롭고
가장 귀찮고
가장 혐오스러운 건

어쩌면 인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