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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의 눈을 닮은 나

by 이음하나

1984년 8월.
무더위에 지칠 만큼 지친 만삭의 임산부는
지금 말로 하면 ‘쎈 케’인 경상도 시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높은 언덕 끝에 있는 조산소로 향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병원비가 싸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그 여름의 열기 속에서 태어났다.

쥐띠.
1984년 8월 14일 밤 9시 9분.
쥐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이라
태어난 시와 띠가 잘 맞는단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바듯이 아기를 낳은 며느리를 보며
시어머니는 갓 태어난 손녀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눈이 쪽 찢어진 게, 꼭 독사 눈 같데이~”

그 말은 우리 엄마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독설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 첫 발을 디딘 날부터
‘독사의 눈’을 닮은 아이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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