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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월 Jan 01. 2021

종이 없는 우리 집 '페이퍼리스 라이프’

환경보호와 미니멀 라이프,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하루 24시간 중 내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다름 아닌 디스플레이 화면이다. 차에선 내비게이션을, 회사에선 모니터를, 집에선 스마트폰 아니면 tv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글을 쓸 때에도 노트북 화면을 봐야 하고, 심지어 독서도 아이패드로 한다. 이렇듯 기기만 바뀔 뿐 내 시선은 거의 대부분 네모난 모니터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라이프'는 비단 나만의 모습은 아니다. 모두들 디지털 라이프 속에서 살아가고 나아가 어떤 이들은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디지털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바꿔놓았다. 기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디지털에 밀접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자연스레 기업을 이용하는 고객들까지 디지털 서비스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했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촤르륵 떨어지는 동전 소리보다 "환승입니다."라는 기계음이 더 익숙해진 건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디지털이 주는 장점은 기기 하나로 데이터 집약이 가능하단 것일 거다. 이 말은 아날로그 시대엔 반드시 실물이 필요했던 것들 대부분이 모니터 속 데이터로 바뀌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물건의 부피를 줄이고 간소화할 수 있게 하는 '미니멀 라이프'와도 이어져있다.


나는 디지털의 이런 점을 활용하여 '페이퍼리스 라이프(Paperliee Life)'를 실천 중이다.






달력

어린 시절 나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달력이었다. 달이 지나면 할아버지께서 벽에 걸린 달력을 한 장 쭉 찢어주셨는데 그게 스케치북을 대신하곤 했다. 크고 널따란 달력 한장은 어린 나에겐 크레파스로 마음껏 낙서하고 언제든 버려도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우리 집에서 달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AI스피커를 통해 손쉽게 날짜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따금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달력이 기념품처럼 느껴져 사고 싶어 질 때가 있지만 필요가 아닌 욕구라는 걸 깨닫고 구입하지 않는다. (무한도전 달력 그리워요...)



통장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도 모바일뱅킹은 있었다. 다만 지금처럼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종종 종이통장을 들고 통장정리를 하러 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은행 어플 하나면 통장 개설부터 이력 확인, 이체까지 모두 가능하다. 더 이상 종이통장은 무의미해져 정말 필요한 몇 가지 통장을 빼곤 모두 모바일 통장으로 변경했다. 간혹 개인 일정과 겹쳐 지인의 결혼식에 불참하게 될 때에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축 결혼"이 써진 전자 봉투에 담아 축의금을 보내기도 하니 이젠 '현금마저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명세서

통신사나 보험사, 아파트 임대료 등 각 종 명세서도 우리 집에선 볼 수 없는 종이 중 하나다. 나의 경우 종이명세서 대신 이메일이나 모바일 명세서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 장기간 집을 비울 시에도 우편함이 깨끗해 보안 측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내가 이용하는 통신사의 경우 전자 명세서(이메일 또는 모바일) 선택 시 통신사 마일리지를 추가로 적립해주고 있어 작지만 쏠쏠한 마일리지 사용이 가능하다.



영수증

대형마트의 경우 멤버십 어플과 연계하여 전자영수증 제도를 확대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홈xxx, 다x소, 스타xx의 경우 계산 시 멤버십 포인트 카드를 제시하면, 포인트 적립과 함께 어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자영수증이 자동으로 발행된다. 나의 경우 영수증은 구입 목록 확인과 포인트 적립여부만 확인하고(때때론 주차정산까지) 바로 폐기해 버리기 때문에 이런 종이영수증은 쓰레기로 느껴져 전자영수증에 몹시 만족 중이다.



사용설명서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대형가전 외에도 조립형 가구나 소형 전자기기도 사용설명서가 들어있다. 최근엔 QR코드로 사용설명서를 대체하는 기업들도 있으나 아직까진 그리 보편화된 것 같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사용설명서를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나는 이때 제품 개봉과 동시에 사용설명서를 1회 정독하여 사용법을 숙지하고, 보증서만 사진을 찍어둔 뒤 곧바로 폐기하고 있다. 파일에 보관도 해 보았으나, 의외로 사용설명서는 두 번 볼 일이 없었고 필요 시엔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되어 보관의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중이다. 단, 예외는 있다. 바로 중고로 되팔 경우를 대비할 때다. 이땐 사용설명서뿐 아니라 제품 박스까지 보관하는데 중고거래 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다.



공책

각 종 필기나 가계부 등 다양하게 사용하는 공책도 우리 집에 없는 물건 중 하나이다. 직접 쓰는 것이 기억에 잘 남고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고 실제로도 손으로 쓰는 매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나는 몇 장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공책들에 필기하는 것보단 휴대전화를 적극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였다. 모든 메모는 아이폰에 저장하고 있고 가계부는 어플로 대신한다.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기끼리 연동이 되어 아이폰 메모를 아이패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가족 간 공유도 가능하여 편리하게 이용 중이다.




이렇듯 페이퍼리스 라이프는 집에 있는 종이 문서를 없애주어 공간을 확보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수단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 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종이를 제작한다는 건 자원을 사용하고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영수증이 310억 건 발행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33만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00cc 승용차 2만 1000대가 배출하는 양과 같다고 한다. 무작정 종이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디지털화 하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종이들이 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이를 의식적으로 줄여나가려 노력한다면 환경보호와 미니멀 라이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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