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01905
엄마는 화가 가득한 상태에서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음성에는 짜증이 섞여있다
걱정하는 마음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내가 너를 이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걸
꼭 화형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딸은 안다
다 자신을 위한 마음에서 하는 말이란 걸
걱정을 위장한 화풀이 대상인지
짜증을 내는 당신 밑에 자세를 낮추고 조아려야 하는지
꼭 마음에 생채기를 내 피를 뚝뚝 흘려야 하나보다
엄마는 우리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냐고 했다
딸은 어렸을 적부터 줄 곧 그래 왔는데 무서워서 말 못 했을 뿐
당신의 억압으로 생긴 상처를 이제야 들어냈는데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냥 참으면 될걸
또 약자가 된다
딸은 착하지도 그렇다고 못되지도 않고
마음은 효녀인데 행동은 그렇지 않은 불효녀가 된다
그럼 그냥 불효가 맞는 거다
불을 끄고 누우면 귓전에 들리는
엄마의 짜증 난 목소리 화난 표정
덩달아 커지는 딸의 목소리 방어를 가장한 화난 표정
둘은 친자관계가 확실하다
유전이 무서운 건지 환경이 무서운 건지
이 나이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진심을 담은 걱정이 무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