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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른디귿 Sep 12. 2020

이왕이면 향기로 할게요.

< 출처 :pixabay >



 후각이 발달된 편이다. 물론 나에게 해로울 때만 그렇다. 특히 담배냄새에 특화되어 있다. 흡연자와 비 흡연자는 기똥차게 구별할 수 있다. 기호품이기 때문에 존중은 한다만 내 주변 20m 옆에서는 안 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대류를 타고 코끝을 스치면 순간 답답함이 느껴져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빠는 여전히 애호가이시다. 엄마와 내가 평생을 잔소리하는데 여전히 끊고 싶은 생각은 없으시다. 뭐 나름 아버지의 취미생활이신 것 같다. 잔소리 덕에 늘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피고 오셔서 가끔 애처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빠의 건강관리 차원이다. 다 큰 딸의 잔소리가 그저 귀여운 안부 인사 같은 부녀지간이다. 전혀 개선되지는 않지만.


 새 것에서만 나는 유일한 냄새가 있다. 새 그릇, 새 옷, 새 물건 등 등. 주로 휘발성이 강한 냄새들이 많아 개봉 당시 순간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새것이 주는 어떤 위안 같은 것이 있어 금방 냄새를 잊곤 한다. 그중에 쉽게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새 책 냄새이다. 주로 책은 서점에 가서 직접 보고 골라서 사지만 가끔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하기도 한다. 택배로 받은 책을 언박싱 할 때면 집약된 새 책 냄새가 확 오른다. 얌전히 놓인 주문한 책 사이사이로 향이 번지면 잘 마른빨래에서 나는 향처럼 개운한 냄새가 난다. (물론 빨래 향과 새 책의 향은 다르지만 개운한 느낌은 같다.) 서점에 가면 특유의 우드 향 계열의 냄새가 난다. 알고 보니 그 서점의 고유한 냄새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잘 조향 된 향이고 구매할 수 있는 키트도 있다. 어떤 이는 그 향이 정말 좋아서 집안에, 차 안에 온 통 도배를 해 놨더니 저절로 책을 읽고 싶어 진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더라.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향으로 기억되는 공간과 분위기가 있으니 이해가 간다. 조만간 나도 하나 들여놓아야겠다. 


 문득 나는 어떤 냄새가 나는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냄새보다는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색깔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좋은 향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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