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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른디귿 Jan 06. 2021

행복 요정을 찾아서

행복

< 출처 :PIXABAY >



 새해다. 변한 건 그저 숫자일 뿐. 일상은 늘 그대로. 생각도 늘 그대로. 이미 작심삼일은 해마다 반복해 온 터라 올해는 그마저도 건너뛰며 새해를 맞이했다.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 탓인지 내 안의 열정이 사라진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다이어트 계획, 어학공부 계획, 돈 많이 버는 계획 등 등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도, 특별한 일상도 없는 새로운 한 해가 나에게도 왔다. 다만, 시작되는 올 한 해는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소한 바람뿐. 터덜터덜한 내 마음에도 움트는 초록의 싹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독일의 판타지 작가 코넬리아 풍케의 그림책 [행복 요정의 특별한 수업]에는 이 세상에 행복 요정이 3333명이 나 있다고 했다. 어느 순간 우울하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던 나에게 행복 요정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였다. 게다가 3333명이라니.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보물찾기 하듯 하루에도 몇 개씩 찾아보며 허투루 감정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늦게나마 3333명의 행복 요정이 우리 집에도, 내 주변에도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든든함이 생겨났다. 

 

 여섯 살 루카스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불평쟁이지만 이불의 포근함과 따뜻함에도, 매일 아침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에도 행복 요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행복을 키 순서대로 나란히 세울 수도 없고, 돈을 세 듯 통장의 잔고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추상적이고 기준이 없다는 핑계로 남이 기준이 되어 '남보다 더'가 내 행복의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루카스가 말한 행복은 쉽고 선명했다.


    "행복은 달콤하고, 신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빨갛고, 파랗고, 깃털처럼 가벼워요!"


 아이들은 행복을 맛볼 수도, 느낄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있는데 그 아이들보다 곱절은 더 나이 먹은 나는 여태 살아오면서 그 수많은 행복을 놓쳤다 생각하니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 따뜻한 차 한 잔 할 수 있고, 저녁에 tv를 보면서 따뜻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로즈마일 오일 한 두어 방울 떨어트려 족욕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지 잊고 있었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을 챙겨 먹을 땐 또 얼마나 행복했었나. 생각해보니 내 주변도 3333명의 행복 요정 덕분에 행복한 일 투성이다. 다만 잊고 지내며 남들보다 현실적으로 풍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들이 나보다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일상이 불만 투성으로 번져나가게 버려뒀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발견하지 못 한 행복 요정들이 얼마나 많은 지. 한 번에 다 찾지는 못하겠지만 10명의 행복 요정만 찾아도 일상이 새롭고 기분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렸을 때 숨은 보물 찾기란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는지 잊고 살았다. 물론 성인이 된 이후로 숨은 보물 찾기를 해 본 적도 없지만 지금 이 후로 행복 요정을 찾으려고 하니 새삼 설레고 행복해진다. 어쩌면 행복은 별 것 아닌 지 모른다.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서 정리되지 않는 내 마음을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게 만든 건 아닌지. 행복은 특별한 것도, 멀리 있는 것도, 남들만 가진 것도 아니라는 걸. 적어도 남들과 비교하는 행복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걸. 그건 비겁한 일임을 잘 새겨두자.


    "자유, 책, 꽃, 달이 있다. 이걸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단정하게 일상을 채워나가는 초보 농사꾼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 [산의 톰 씨]에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고바야시 사토미)가 토키(이치카와 미카코)에게 말한다. 이들이 주고받은 말처럼 행복은 나에게 늘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스쳐 지났을 뿐. 올 한 해는 행복 요정을 찾아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일상도 달콤하고, 신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빨갛고, 파랗고, 깃털처럼 가볍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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