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주의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떨어졌다.
첫 도전에 의미를 둔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은 쓰라리다.
시는 늘 어렵다. 정답이 없기에
독학은 어렵다. 길이 없기에
앞으로 매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운이 좋으면 실력이라 쓰고 길이 있다 말하는 날이 오겠지.
신춘문예는 나의 목표였지만 제대로 노력해 본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첫 도전이라니 목표에 비해 한참은 모자란 실행력이다.
애써 도전이라는 성과에 자기 위안을 삼는다.
'그래, 응모했으면 된 거지. 그게 어디야.'
해마다 단 한 번의 기회,
누군가는 공신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장 공신력 있는 입문 아니던가.
매년 초 기회를 잡은 자들의 얼굴과 글들이 신문에 실릴 때 잔잔한 질투가 솟는다.
내 몫이 아니었던 기회,
언제가는 나의 몫으로 내어질 날이 오겠거니 하며 오늘도 시를 읽는다.
사생활 주의보
선은 넘지 말길
여기는 내 세상이니
문도 두드리지 말길
알아서 열리는 내 세상이니
가면을 쓰고 진심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의 혀끝엔 독이 있지
은근하게 잔인하게 사람 속을 후벼 파는 예의 없는 것들
선을 그어놓고 보는 관심과 관찰 정도는 눈빛으로 알지
사고의 취향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무례한 것들
타고난 천성이 허세라
나를 짓밟고 느끼는 우월감이 너의 그것이라면
기꺼이 내 몸 내주어 잘근잘근 씹혀주지
오늘도 승리한 네 술잔에 cheers
선한 의도는 본인의 것
경계가 모호한 애정과 오지랖도 당신의 것
나는 다만, 혀를 끌끌 찰 테니
인생은 한 가지 길 뿐이라고 믿고 있는 불쌍한 자여
당신의 삶에 만족하시길
....... 그래, 다시 읽어보니 떨어질 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