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by 다른디귿




이팝나무 꽃송이 같은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서로의 시린 손을

따뜻한 실론티 한 캔으로도

뜨겁게 데울 수 있었던 젊은 날의 기록이 있었기에

녹슬지 않은 기억으로 봉인될 수 있었다


노을빛 곱게 뉘이고 저녁별 유난히 빛났던 날

서로의 따뜻한 입술을

짙은 대기를 뚫고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젊은 날의 몸짓이 있었기에

쇠사슬을 발목에 묶어도 아로새길 수 있었다


기한을 두고 사랑한 건 아니었지만

이별이 우리의 눈 앞에 통로처럼 놓여있을 때

어쩐지 한 번은 겪어본 듯

서로의 안부를 건네며 익숙하게 헤어졌다


뜨거운 생의 한가운데 놓인

더 뜨거운 청춘의 상처

가져보지 못한 자들은 평생 누릴 수 없는

서러운 권력의 기억




by. 달콤한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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