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화두는 'WHO I AM?' '사는 게 무엇일까?'이다. 요즘 들어 산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초점이 더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삶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인생을 두고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지만 결국은 '나는, 어떻게, 산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종결된다. 그 산다는 게 뭐길래 살다가도 가끔 아니 자주 제동이 걸린다.
난 고결한 삶을 지향한다. 높고 깨끗한 삶. 위상이야 높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부담스럽고 자기 검열을 통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고결한 삶을 잘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인생에는 샘플링된 삶은 없기에 매번 온몸으로 부딪고 막아내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대신 맷집이 생겼겠지. 그렇게 믿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타투가 새겨지는 것이니. 상처가 난 흔적이 고결하다는 것을 믿는다.
완벽한 사랑을 체험하려면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 맛보아야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연민을 느낄 수 없으며, 내가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다른 사람이 품고 있을 때 용서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영원히 밟아가는 여행의 단순함과 그 외경스러운 위대함을 함께 보는 것이다. 인간 영원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 신과 나눈 이야기 中
결국 산다는 건 내가 가진 이성과 감성에 떳떳한 삶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미친척하고 나만 위해 살아봐도 괜찮은 삶이 될 것 같단 생각은 요즘 들어 자주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했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라며 참고 인내하고 견뎌내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간다며 시간의 완력에 의해 모든 것은 흘러가며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지만 성격 급한 나는 푸시킨처럼 인내하는 방법은 된통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기다리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내가 무턱대고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방법을 여러 갈래에서 찾아봐도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결국 되돌이표가 되어 처음 일상으로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누굴 탓하겠냐만)
김용택 시인의 엮은 시집 중에서 '삶이 너에게 해답을 줄 것이다' 이란 책이 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통과 실패, 희망과 사랑 모두가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있다는 걸 얘기해 준다. 수많은 글자들이 마흔을 목전에 두고 성장통을 다시 앓고 있는 내게 메시지를 건네주지만 사실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언제, 어느 순간에,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희, 노, 애, 락의 순간을 어떻게 잘 알고 깨달아야 하는지, 어떤 호흡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를.
며칠 전 지인을 만났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났지만 어렸을 때 그 눈빛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반가웠다. 나만 잃은 것 같은 순수한 열정과 자신감을 여전히 지켜오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긴 공백에도 편견 없이 사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시 어린 청춘이 된 것 같았다. "언니는 뭘 하고 싶었어? 뭘 하고 싶어?"라는 나의 물음에 "가정주부, 정말 원하는 삶이 가정주부 하면서 찻집을 꾸려 좋은 인연을 나눈 사람과 대화하고 차 마시고 하는 거."라고 말하던 그녀의 눈빛에서 설렘을 읽을 수 있었다. 멋진 커리어우먼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 다소 의외의 대답이 나왔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된 것 같은 멘트를 했다. 어렸을 때처럼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 내 것을 지키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만의 플랜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서 삶은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단어에는 내 가족과 내 이웃, 그리고 내 지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삶이란 내가 있는 곳, 예전에도 항상 있어왔다는 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수학처럼 삶에도 공식이 있어서 무던하게 자리에 앉아 반복 학습하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에는 공식이 없기에 해법이 여러 갈래이다. 다만,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 그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흔히 하는 얘기로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만 사실 난 방향도 잘 모르겠다. 안정이 전제가 되어 이렇게도 살아보고 싶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싶을 뿐이지. 하지만 그것도 마음만 있을 뿐 용기는 없다. 그래서 결국 제자리걸음 인지도 모르지.
by. 달콤한 게으름 (서혜정)
고결 - 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하다.
뜻이 높고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