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크리에이팅 영역에서는 제목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영화, 책,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림이나 사진작품도 그리고 유튜브 컨텐츠에서도.
그런데 나는 제목 짓기가 세상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뭐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기에 쉽게 생각하면 진짜 별거 아닌 고민일 수도 있을 테지만 숨은 작가인 나에겐 나름 굉장한 문제이다. 이것 때문에 내 글을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하고.. :) 때론 아 이건 나의 심각한 결정장애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최근 이슈가 된 영화 '미나리'는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잘 드러내는 단어인 데다가 내용이 전혀 짐작이 안 되는 의미의 채소명. 게다가 발음은 영어권에서 읽어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3음절의 적당한 운율을 갖추어서 시상식에서 한 음절씩 또박또박 부르기도 좋은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수상작은? 미. 나. 리! (음.. 역시 입에 찰지게 붙는다.)
예전에 블로그를 자주 사용했던 시절에는 포스팅을 하려면 제목을 지어야 했었다. 블로그는 제목이 일단 검색 알고리즘에도 잘 걸려야 한다. 내용을 잘 함축한 한 줄의 제목을 보는 순간 클릭하고 싶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읽히기 위해서는 일단 검색이 되어야 하는 그 시스템상에서는 리스트에 보이는 제목 한 줄이 아주 주요했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블로그에 가면 유난히 블로그 주인의 결과 감성이 퐁퐁 샘솟는 멋진 타이틀을 볼 수 있었고 그럴 때면 나는 '아니! 이것은 흡사 카피라이팅의 영역이 아닌가?'하고 문득 마케터 관점에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마케터도 아니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어쩌면 인스타그램의 대유행 때 사용성이 좋았던 점 중에 제목 없음이 일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쉽게 접근 가능한 플랫폼.
대부분의 컨텐츠 플랫폼에서는 제목을 공란으로 두었을 때 작성 완료를 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제목 입력란이 별도로 없었다. 제목을 위한 워딩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사진이 제목과 내용을 대신하고 간단하게 해시 태그를 나열하는 건 사진에 대한 캡션 정도의 느낌이고 이후 검색은 우리(인스타그램)가 해줄게. 하는 느낌이었달까?
역시 제목 적기란 나만 힘든 건 아닌 거였어. 아니면 단어 대신 사진을 고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냈으니 제목 쓰기는 'skip'해줄 게일지도.
그런데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는 사실 제목을 꼭 써야 한다. 심지어 소제목란도 있다.
제목이 없어도 콘텐츠가 작가의 서랍에 저장은 되지만, 공개적으로 발행을 하려면 제목은 필수 입력항목이다. 글쓰기와 작품이라는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가졌으니 당연한 일인 것을 나처럼 제목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또 이게 그렇게 어려워...;ㅂ;
그러나 내 글의 일부는 당당하게 제목이 없다. 단순한 넘버링의 나열인 글들도 있다.
처음 그랬던 이유는 제목을 쓰는 것이 조금 어려워서였고, 그다음은 내용이 너무 짧아서 내용이 곧 제목인 경우이기도 했고, 나중에는 브런치 북으로 묶을 생각에 제목을 적지 않기도 했다.
나름 매일매일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있는데, 제목을 쓰느라 하루를 넘길 수는 없어서... 사실을 말하자면 나로서는 내용만 적기에도 힘에 부친다는 것이 진실... 또르르..
사실 이 메모 수준의 글들은 어쩌면 메모 앱에 쓰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메모 앱 어딘가에 처박혀서 데이터 쓰레기로 있는 것보다는 공개된 곳에 생각이란 걸 적어두면 그 기록이 쌓여 내 사고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오늘도 제목을 잘 쓰는 것에 실패한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잊지 말고 단어 수집을 위한 독서를 하고 잠들어야겠다.
능력 있는 작가님들이 야무지게 만들어 둔 글 속 단어들을 냠냠 맛있게 삼켜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