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짐 보관, 셀프 스토리지에 대해 검색한다.
우리 집엔 내 작업방이라고 불리우고 창고로 기능하는 방이 하나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방이자 서브 욕실이 딸려 누구라도 부부 침실이라고 생각할법한 방이다.
이사 당시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제일 큰 방 주는 거니까 거기에서 밖으로 이 물건들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해.'
절대 거실로 내오지 말라고 금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자 내 작업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출입시키지 않는 방. 친구들은 들어가서 뭐든 가져가고 싶어 하는 방.
그곳에는 하나하나 사연 가득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이미 다 읽어서 먼지가 쌓인 채 햇볕에 책등이 바래기도 한 소중한 책들
취미 만들기가 취미였던 시절의 갖가지 도구와 재료들.
인형 만들기에 진심이던 시절의 털실에 계절별/용도별 각종 원단.
비스포크를 배워보겠다고 정장 재킷과 정장 바지를 만들던 시절에 구입한 두 종류의 미싱.
그리고 색이 고운 색실과 부자재와 패턴지들.
20대의 마지막 시절까지 홀릭해 마지않던 오래된 문구류와 전시 브로셔 및 도록과 기념엽서들.
때론 한정판이라는 말에 눈이 멀어 사들인 각종 피규어들.
커피를 마시러 간 건지 텀블러를 사러 간 건지 싶게 많아져버린 각종 브랜드 텀블러들.
거기에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쪽지들이 또 몇 상자.(난 정말 편지는 누구나 보관하는 줄 알았다.)
십 대부터 이십 대까지 예술혼을 불태우던 시절의 필름들과 그것들을 인화한 흑백 인화지들이 한 묶음.
필름 시절 사용하던 라이트박스 같은 장비에 네임펜으로 점수가 매겨진 과제 제출물들.
그리고 몰래들은 타과 수업에서 내가 그린 그림들(이라고 말하고 쓰레기.. 대체 졸업한 지가 언젠데...)
거기에 추억 가득한 CD와 테이프들.(재생할 플레이어도 없는.)
대충 이 정도.. 크게 용도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버리기 아까워서 쌓아둔 물건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참 동안 거기 있는 물건 중에 꼭 필요한 물건들은 별로 없었다. 많이 바빴던 최근 1년은 그 방의 물건을 거의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냥 여긴 내 추억의 방. 다락의 형태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버릴 생각도 안 했을 텐데..) 그 안의 물건이 나의 취향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사라진다고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닐 거라는 건 알고 있다. 아니 알. 고. 는 있다.
정리 컨설턴트가 우리 집에 온다면 당장에 버리세요! 하겠지.
심지어 당근을 흔들기에도 시대성을 잃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이 방의 물건들에 애정이 있다. 아니 많단 말이다. 계절마다 나는 그 방에 들어가서 정리라는 것을 한다. 먼지를 털고 상자를 정리하고, 그리고 쓰레기봉투에 두어 봉지씩 담아 버리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도 300권 이상 팔았다. 정리한다고 내 방안에 콕 처박혀서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면 남편이 어이없어하며 말한다.
'근데... 있잖아. 이 상자에서 저 상자에 옮겨 담아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서 다시 쌓는 걸 정리라고 하는 게 맞아?'
'...??...!!!'
그래도 올해에는 이것들과 조금씩 정을 떼어보려고 한다. 한 번에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 같지만...
불현듯 책 한 권과 노트북 하나를 가지고 혼자 방에 처박혔던 어느 날에 이거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방을 비우면 그 곳에서 혼자 편하게 홈트도 하고 일도 좀 더 쾌적하게 할 수 있을텐데...
그래서 나는 짐 보관을 검색했다.
월 결제를 하는 게 나을까? 수시로 꺼낼 일이 있을까? 계절에 한 번씩 꺼내 주는 서비스가 나을까?
에이... 아니다. 돈 아깝다. 다 버릴까.
추억을 보관하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니.. 대체 내 추억을 다 보관하려면 얼마까지 써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