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존엄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타인에 의해서만 다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함부로 대할 때에도 존엄성은 상처를 입는다.
생각이 많아지고, 모든 것이 많이 힘이 들던 날, 긴 대화를 나누었던 그 밤의 끝에 친구에게 했던 말은 이거였다.
" 사실 문제도 답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 그게 잘 해결이 안돼.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않는데, 나는 이렇게 힘이 든 걸 보면 말이야."
나는 문제가 뭔지를 알고는 있다. 어쩌면 해결방법도 알고는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남들이 문제제기를 해주었다면, 그 문제를 지적한 사람에게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해결하면 될 텐데, 내 안 깊이 숨어들어있는 문제들은 타인보다 오히려 더 많이 공격하고 괴롭혔다.
내가 나를 괴롭게하기에 힘들고 그래서 무척이나 외롭기도 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도 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뀔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둡고 우울하고 외로워서 출구가 없는 동굴에 갇힌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늘 누군가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충분한 조언을 받지 못한 덕분에 나는 조금 돌아가고 가끔 헤매기는 하지만 늘 스스로에게 묻게되었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어떤 걸 할 때 즐거운 지 그리고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질문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매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것을 결정할 수는 있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존중하며 살아가겠다고, 자기 자신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신뢰 속에서 조금은 호기심 넘치는 삶을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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