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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28. 2021

ep.31 : 먼지 같은 눈이 내린 날에



회사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서서 대화중인 다른 동료들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중이었다.

카페는 1층이고 주차장을 향해 창이 나있다. 창쪽을 향한 자리에 있던 G가 나지막이 말했다.


"어..? 눈인가요?"


공연히 다들 시선을 돌려 창문 쪽을 바라봤다. '눈'이나 '비'라는 단어가 주는 놀라움이라는 게 존재한다.

어쨌든 바깥에는 눈이 폴폴 날리고 있었다. 그건 꼭 그냥 먼지 같았다. 

종이를 태우면 하얗게 된 재가 날리는 것 같은, 크기는 제법 크지만 손이 닿는 순간 바스스 사라져 버리는 그런 아주 연약한 입자 같은 눈발이었다.

겨울은 해가 짧고 아직 네 시도 안 되어 깊은 오후도 아닌데 카페 유리창으로는 꽤 짙은 노란 해가 비스듬히 들어차고 있었다. 맑은 날이었다.


올해는 어쩐지 눈이 참 멋없이 내린다. 첫눈도 그랬고. 지금 내리는 눈도 그렇다.

회사도 집도 언덕에 있어서 폭설이 오게 되면 출퇴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걸 고민하자면 새벽같이 일하는 제설작업차량을 믿는 수밖에 딱히 별도리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이 오는 게 좋았다. 

아직도 그렇다.



여전히 해가 비추는 하늘에서 하얀 재 같은 눈이 한 번 두 번 더 날리고 있었다. 역시 뜬금없는 눈이다.

인생이 그렇지 맥락 같은 거 없지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니 들었다기보다 그저 떠올랐다.



아마 연말이라 그런 것 같다. 

막연히 센티해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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