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많이 어렵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운 글감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산책과 독서와 운동을 한다는 건 여유라는 자원이 있을 때의 일이라는 게 절실히 와닿았다. 일상에서 때로 노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나를 구속하는 건 남이 아니라 대부분 나 자신이다. 결국 여유롭지 못한 마음 때문이다. 여유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것임을 난 늘 그랬듯 또 늦게서야 깨닫는다.
겨울의 이른 출근길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아침해의 어스름한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도로가에 줄지어 서있는 아파트의 베란다는 하루를 준비하는 불빛을 내뿜고 있다.
어느 날 출근을 하다가 우연히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아. 이렇게 아침이 열리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조금 이른 퇴근을 해서 우연찮게 해가 지는 순간 운전을 하고있었었는데 뭔가가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묘하고 큰 변화. 낮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 이번엔 가로등이 동시에 팟- 하고 켜진 거였다.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과 켜지는 순간은 꼭 하루의 시작과 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 장면을 하루에 보게 된 그 날 하루가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가 어떤 날의 시작과 끝을 붙잡아 매듭을 묶은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사실은 매일 일어나는 변화였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 그리고 나는 동시에 갑갑함을 조금 느꼈다.
끝났구나 오늘이. 이렇게.
요즘 에너지가 혹은 기분이 왜 그렇게 떨어져 있느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처음엔 나의 고단함을 다른 이가 염려해주는 게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늘어나자 내가 어떻게 보이기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때로 친구들은 나더러 왜 남을 그렇게 신경 쓰냐고 적당히 하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도 해주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나는 가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마주하고 서보면 나 자신이 자꾸 작아지는 건 왜일까. 월등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고 싶은 나의 욕구와 실제 나와의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현실자각타임.
욕심때문이라고 남들이 말해주지만, 욕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쩌면 껍질 속의 나는 나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끄러움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껍질 속에서 혼자 조금씩 꼼지락거려보기로 한다.
좋은 습관을 기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때로는 담대한 마음도 가져보면서.
언젠가 준비가 될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