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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06. 2022

ep.35 : 아무것도 망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망했다."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이었고 출근한 유일한 동료분께서 뭐가? 뭐가 망했어요? 라고 하신다.

"아니..아니예요." 황급히 말을 주워담아본다.


이놈의 입버릇..당황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툭.. 튀어 나올 때가 있다. 

대체로 두가지 경우인데 하나는 아주 재밌어서 웃음이 터져버린 경우.... 웃음의 강도는 다르지만, 참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재채기와 비슷하다. 또 하나는 굉장히 속이 상한 경우... 대체로 무언가 낭패를 봐서 속상해서 한숨처럼 나오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후자였고 망한 건 쇼핑이었다. Just 쇼.핑.

큰맘 먹고 구입한 무접점 기계식 키보드

맘에 들어서 온라인에서 나름 사이즈 체크 후 구입한 뷔스티에 원피스

봄맞이 기분전환용 얇은 두께의 담수진주 목걸이



일단 키보드는 모델명을 착각해서 저소음이 아닌 제품을 사버렸고..(어쩐지 조금 싸더라..)

원피스는 가슴이 너무 꽉 껴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 억지로 입었더니 혼자서 벗을 수 없는 문신같은 옷이다. 숨을 쉬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낭낭히 맞을 줄알고 택도 이미 떼어버렸는데...

그리고 셀프 선물로 산 얇은 담수진주 목걸이는 길이 추가를 지나치게 넉넉히 했는지 어중간한 길이...초커목걸이인데.. 핏이 전혀 안살아.



동료분은 키보드 하나의 쇼핑 실패만 알기 때문에 나를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뭐 그정도로 망했대.라고.

그 말을 듣다가 문득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났다.

뇌가 말랑말랑해서 입으로 하는 말을 자기암시처럼 흡수한다나? 

뭐 그런 말이었는데, 암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뜻. 


그래서 다시 한번 소리내어 말했다. 


괜찮다 괜찮아.

망한 건 내가 아니라 내 카드값일 뿐이야.

괘...괜찮아.

(어..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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