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May 02. 2022

ep.38 : 그러니까 초록과 파랑으로 가득한



겨울을 지내는 내 마음과 같이 텅 비어있던 가지와 가지 사이가 나뭇잎으로 뒤덮였다.

봄을 알리는 분홍과 노랑으로 칠해져 있던 꽃이 만발한 화려한 계절을 나는 부푼 가슴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이제는 두꺼운 나무껍질이 필사적으로 감싸안고 있던 잎사귀들이 터져나오는 계절을 맞이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초록은 날마다 그 범위를 넓혀간다. 어제는 연두가 이기고 있었어도 오늘은 결국 초록의 승리다. 무채색으로 감흥없던 세상이 온통 초록이다. 아무데나 갑자기 바라봐도 초록과 파랑만이 가득하다.


네 개 짜리 계절은 뻔해서 일 년중 사분의 일을 차지하고 버티다가 슬며시 사라진다. 

다시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매해 새롭게 떨린다. 때로 뜨겁고 보통은 쿨한 그런 봄의 한가운데에 서서 봄은 마치 처음인 것 처럼 그렇게 들뜨고 마는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초록을 손에 가득 움켜쥐고.

 






(C) 도토리














매거진의 이전글 ep.37 : 이미지의 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