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타운 신영웅 대표, 프렌들리 핸즈 고인숙 대표 인터뷰
해당 글은 한국일보 기사를 옮겨온 글입니다.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유기견 발생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반려견들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더군요.
볼캡 전문 브랜드 태리타운이 tvN 캐나다 체크인에 출연해 ‘공길언니’로 유명해진 고인숙 대표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후원단체 프렌들리핸즈와 함께 제주의 마당견을 위한 지역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태리타운은 반려견이나 유기견은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만 마당견은 생소하다. 마당견은 농촌지역에서 실외(마당)에서 사육하는 개지만 사육 여건에 따라 집 없이 마당에 방치되거나 줄에 묶여 제한된 반경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등 생활 여건이 열악한 경우도 많다. 태리타운과 프렌들리핸즈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마당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태리타운은 볼캡을 핵심 상품으로 삼고 있는 제주 기반의 브랜드. 볼캡과 마당견의 관계에 대해 신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아 개를 무서워했다”며 “제주도에 와서 버려진 개를 자주 보게 됐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어떻게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마음만 품고 있던 신대표는 “어느 날 태리타운 매장에 반려견을 데리고 찾아온 손님이 있었는데, 행복한 강아지를 보면서 그때 돕지 못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며 “제주의 유기견들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신대표는 공길언니로 유명했던 고인숙 프렌들리핸즈 대표에게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고대표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비 반려인인 신대표가 이런 제안을 던진 사실이 너무 기뻤다”며 “아직 우리나라의 반려문화에서는 반려인과 비 반려인의 대립하는 양상이 존재하는데 이 프로젝트가 개들도 돕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기견 보호를 위해 모였던 두 사람은 곧 마당견 후원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 이유를 고 대표는 “유기견도 원래는 반려견이었다”며 “반려견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유기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견을 만들지 않는 일이 유기견 보호의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제주도는 비바람에 노출된 마당견이 많은데, 그렇다고 견주에게 먼저 제안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의로 제안을 드려도 견주의 사정을 모르니 오해를 사거나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유쾌하고 즐거운 아이디어로 견주를 완곡하게 설득하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캠페인 이름도 ‘집이 필요해요, 멍!’(I need Roof, Woof!)으로 정했다. 단순히 개집을 지어주는 것 뿐 아니라 마당견에게 충분한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와이어를 설치해주고 바닥공사도 병행하는 등 전체적인 마당견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활동으로 꾸려진다.
고 대표는 유기동물 후원단체 대표로 tvN의 ‘캐나다 체크인’에서 가수 이효리와 함께 출연해 캐나다로 입양을 보낸 유기견을 다시 찾으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신 대표도 네이버 홍보실, 서울시청 미디어 비서관, 매거진 얼리어답터 편집장 등을 경험한 마케팅 전문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마당견 생활개선을 위해 뜻을 모은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자신의 선택의 전환점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고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그냥 작고 예쁜 강아지를 자랑삼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자기만족에 빠져있었다”라며 “점점 그런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부끄러워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자책하던 고 대표를 유기견에게 이끈 사람은 가수 장필순.
고 대표는 “어느 날 유기견 쉼터에서 강아지 밥 줄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장필순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애들이 굶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게 더 괴로웠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니 반겨주고 좋아해주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자신이 품었던 부끄러운 생각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변화해갔다는 것이다.
20여년 동안 서울에서 성공적이라는 커리어를 쌓아온 신 대표도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어 마흔을 앞두고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 제주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다른 사람이나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신 대표는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모자를 양말보다 자주 착용했다”며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모자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해 볼캡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견을 벗어 던진 모자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겨울 옷감인 코듀로이를 여름용 제품에 사용한 ‘서머코듀로이 볼캡(Summer Corduroy ball cap)’을, 여름용 옷감인 나일론을 겨울용 제품에 쓴 ‘윈터나일론 볼캡(Winter Nylon ball cap)’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순히 텍스트가 아닌 제품으로 사용했고, 이를 고객 경험으로 만들면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신대표는 “제주에서 잘 정착하기 위해 제주도와 손을 내미는 방법으로 유기견이나 마당견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사업을 펼치고 싶었다”며 “고 대표님과 같은 든든한 아군이 생겨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프로젝트는 아직은 제주도에 이방인인 태리타운이 제주도에 내미는 첫 번째 악수”라며 “이 프로젝트가 많이 퍼져 지자체나 기업이 동참해 더 많은 마당견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