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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Apr 24. 2020

매일 아침 만나는 3만 2천개의 경우의 수

매일 해도 어려운 일

# 선택의문제 


매일 아침마다 무엇을 입고 나갈지 고르는 것은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일정에 따라, 만나는 사람에 따라 고민이 달라진다. 그런데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제서야 선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상의와 하의, 그리고 계절에 따라 외투가 정해졌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어려운 고민이 시작된다. 우선 양말을 골라야하고 안경과 향수도 골라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것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신발을 골라야한다. 다행히 요즘은 보부상이 되어서 가장 큰 백팩을 매고 다녀야 하기에 가방을 고르는 수고를 덜게 되어서 그나마 시간을 절약(?)하게 됐다. 


아무리 짧게 선택을 해도 기본적으로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이 꽤 된다. 옷을 제외한 아이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안경X양말X향수X신발을 하게 되면 대략 3만2천(10X20X8X20)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것도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을 때 그나마 간추려진 경우의 수다. 그렇다보니 이 짓을 30년이 넘게 하는데도 매번 어렵고 어렵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양말 고르기. 안경이나 신발은 주인공 역할을 자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르기가 쉽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양말은 주연이라기 보다는 연기를 엄청 잘하는 조연이기 때문에 오히려 선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1분 넘게 걸리는 일은 아니지만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양말이 쉽게 골라지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진짜 답답해 미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늦잠까지 자버린 나는 마음은 급한데 양말이 손에 집히지 않았다. 아가일 체크 양말을 열심히 뒤져보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 빨래바구니에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빨래를 돌리고 싶었지만 미팅은 시간이 생명. 일단 차선을 택해서 신는다. 배가 나와서 앉아서 신어야 한다. 급한데-


그렇게 겨우겨우 고른 양말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을 구겨 넣은 채 미팅을 간다. 카페에 도착해서 찜찜한 마음에 양말을 슬쩍 본다. 스리슬쩍.


그런데 왠 걸? 카페 바닥과 운동화, 양말, 그리고 바지까지 이어지는 이 밸런스가 너무 황홀하다. 11시의 태양과 카페의 나무 바닥이 주는 선물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지나간다. 

#프릳츠커피 #해피삭스 #하느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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